2020년 차량용 반도체 부족의 전말
차량용 반도체가 없다고 한다. 근데 무슨 이유로 이게 부족했던건지 잘 이해가 안되었다. 차량용 반도체가 만들기가 엄청나게 어려운 것도 아니고 (어렵지만 그래도 최첨단 반도체에 비해), 반도체 단가가 올라간다는데 계속 쇼티지라고 한다.
아래는 JP모건 보고서의 코멘트 중 일부이다:
Since VW first raised the issue in December, other automakers and suppliers globally have also confirmed semiconductor-related disruptions in their supply chains. According to Aptiv’s CTO, Glen De Vos, the auto-chip shortage stems from overly conservative demand estimates made early last year as car plants closed to cope with the onset of the pandemic. However, as vehicles sales rebounded, contract chipmakers had already allocated production capacity to others, leading to the bottlenecks seen today. Based on our discussions with suppliers, we expect the production disruptions to continue well into 2Q21, factoring in an approx. 6-month lead time for the chips.
요약하자면,
(1) 자동차 제조 업체들이 코로나19 이후 생산량을 크게 보수적으로 잡으면서 자동차 생산을 줄였고, 부품 발주를 줄였다.
(2) 그러나 의외로 자동차 수요가 좋았고, 자동차 업체들이 다시 생산량을 늘렸으나
(3) 이미 자동차 반도체의 라인은 다른 용도의 반도체로 할당이 되어있었고, 바틀넥이 발생했다.
반도체 라인은 원래 고정비가 굉장히 높고, 가동률이 떨어지면 큰 손해가 난다. 그래서 반도체 라인의 생산은 수 개월 전 부터 예약을 잡아놓고 가동률 관리를 철저히 한다. 그런데 자동차 업체들이 수요 전망을 잘못 하면서 주문을 주지 않자, 그 기간동안의 공정을 전부 다른 업체에 주었다는 것.
자동차 업체들의 수요 예측이 실패했다는 건 표면적 이유 같고, 더 근본적인 원인은 파운드리들의 가동률이 굉장히 높다는 것에 있는 것 같다. 수요 예측에 실패했어도 파운드리에 남는 가동률이 있었다면 할당을 해 줬을텐데 못했다는 것.
파운드리 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에서 전반적으로 코로나 19 이후에 푹 죽었던 수요가 단기에 급등하면서 공급에 바틀넥이 발생했다. 특히나 파운드리같이 단기에 공급이 크게 증가할 수 없는 경우 바틀넥이 크게 발생하는 것 같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지 않은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할당이 줄어들었던 것 같다는 뇌피셜.
그리고 자동차의 수많은 부품 중, 반도체는 성격이 조금 다른 것 같다. 완성차 업체의 핵심이 되는 역량 중 하나가 부품 조달인데, 다른 부품들과는 다르게 반도체는 완성차 업체가 갑이 아닌 부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래 수많은 부품들 중 대다수는 자동차 업체에서 주문을 주지 않으면 다른 곳에 할당할 수 없는 CAPA일텐데, 반도체는 그렇지 않았을거다.
엄청난 불황이 오고 다시 엄청난 호황이 오는 이런 모습을 보면, 경제라는게 참 신기하다. 최악의 경제 환경에도, 수급의 쏠림과 불균형으로 인해 나타나는 가격의 폭등. 다만 이렇게 수요가 단기에 쏠려 나타나는 호황이 구조적인 호황일지는 다시 고민이 필요한 영역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