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obe 매수찬스일까
어도비는 포토샵, 프리미어와 같은 이미지 및 영상 편집 소프트웨어, 그리고 Acrobat같은 PDF 리더 및 문서 소프트웨어가 주력 제품입니다. 영상 편집 소프트웨어들을 묶어서 Creative Cloud (매출의 60%), 문서 관련 프로그램을 Document Cloud(매출의 12%)라고 하며 Digital Media(매출의 70%)라는 사업부로 묶으며, 이 중 구독매출이 전체의 92%입니다.
최근 주가에 관심이 간 이유는 주가 급락으로 주가가 거의 코로나 19 이전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점 때문입니다. 이는 2021년 말 부터 예고된 급격한 실적 둔화 때문입니다.
2019년 말 실적과 2021년 말 실적을 비교하면 매출은 약 41% 성장했고, Non-GAAP EPS는 $12.48로 2019년 말의 $7.87 대비 58%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2021년 말, FY21 실적발표에서 2022년 1분기 매출 가이던스가 YoY 8% 성장, 2022년 매출 가이던스가 YoY 13%에 그치는 충격을 보여줬고 실제로 매출이 그렇게 나와버리며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물론 Adjusted 기준으로는 YoY 17% 성장이지만 시장을 달래기에는 조금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달러강세 영향, 영업일이 1주일 부족한 영향)
2020년 초 ~2019년 말 외형 및 이익 성장에도 불구하고 현재 주가는 거의 오르지 않았으며, 사실상의 역성장 혹은 장기 성장성의 레벨 다운을 가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Factset 기준 P/E도 최근 7년정도 내 최저 수준으로 약 26x입니다.
물론 성장성이 많이 꺾이긴 했습니다. YoY 20%씩은 성장하던 회사가 이제는 13%를 가이드로 주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쇼크이긴 합니다.
이렇게 갑작스런 성장 둔화가 나타난 이유에 대해서는 크게 (1) 코로나19로 인한 마케팅 수요 둔화 / Pull In (2) Subscription 모델로 전환하며 나타난 과금 포화 (3) Figma, Canvas와 같은 경쟁 제품의 대두 등이 지적됩니다. 이러한 점을 하나씩 살펴 보니 그래도 사볼만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 코로나 19 Pull In이 실제로 있었을까?
UBS증권의 리포트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동안 기업들은 프리랜서, 파트타이머, 재택근무자들을 위해 추가 라이센스가 필요했고 이러한 매출들이 코로나19가 끝나가면서 잠잠해 지는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인터뷰가 있습니다.
실제로 코로나19 기간 Adobe의 전체 매출에서 Pull-In의 흔적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1Q21은 기저효과가 나타난 정도로만 보이는데, Segment별로 매출을 나눠보면 그림이 좀 더 명확합니다.
Creative 부분은 분명한 Pull-in이 있었고, 이것이 1분기의 기고효과를 만들었습니다(회색). 그렇지만 이보다는 마케팅솔루션인 Digital Experience 부분이 돌아오지 않은 것이 성장 둔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다음 단락에서도 다루겠지만, 이를 보면 Creative 솔루션의 성장률이 경쟁 구도 악화로 둔화되었다고 보기는 또한 어려워보입니다.
(2) 전방 시장의 포화
동사 제품의 침투율 자체는 굉장히 높습니다. Adobe도 홈페이지에서 "Over 90% of the world’s creative professionals use Adobe Photoshop" 이라고 언급하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고, Adobe가 구독자 수를 정확히 공개하지 않지만 2021년 말 기준 약 2,600만명을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재로서는 침투율 상승 보다는 그래픽 디자인 및 미디어 쪽 종사자가 증가하는 대로 매출이 증가하는 구조일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2020년 대비 2021년 Creative Cloud 구독자는 2,200만명에서 400만명 증가해 빠른 성장을 보여줬습니다.
다만 전체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에서 침투율까지 올라가는 구조는 아니며, 100%에 가까운 점유율을 바탕으로 ASP 증가와 시장 성장을 등에 업은 상태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2018년 이후 동사의 제품 포트폴리오는 꾸준히 확장되었고 물가 또한 올랐지만, 2022년 3월이 되어서야 구독료를 4년만에 처음 올렸습니다. 이번 인상폭은 평균 4~6%로 계약 갱신에 따라 ASP 인상이 서서히 반영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인상폭은 2018년의 가격인상폭 대비 해서는 낮은 수치이며 기대보다는 낮은 인상폭이나, 4년만의 ASP 인상으로 ASP 인상 자체는 긍정적입니다.
또한, 현재 Adobe의 영업이익률이 32%이고 소프트웨어 ASP 인상은 대부분 영업이익으로 그대로 연결되기에, 전사적으로 매출이 대략 3% 정도만 인상되어도 영업이익이 약 10% 정도 상승하게 됩니다. 따라서 향후에도 이러한 ASP 인상으로 매출 둔화에도 꾸준한 EPS 성장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 경쟁업체 Figma의 위협
큰 위협은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Figma는 웹 베이스, UI Design & Prototyping에 사용되는 협업 프로그램입니다. 2016년에 출시되어 2020년 매출은 약 현재 UX/UI 디자인에서는 가장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UBS증권에 따르면 사실상의 업계 표준이라고 하나, Adobe XD도 함께 사용되고 있으며 다른 Adobe 제품도 병행해서 사용 되는 것 같습니다.
Figma는 전문가용으로는 월 $12, 기업고객용으로는 $45정도의 비용이 들어갑니다. Adobe Creative Cloud는 $52.99 수준으로 더 비싸지만, Single App은 $33.99로 상대적으로 조금 더 저렴합니다. 정확히 Apple to Apple 비교가 가능하지는 않습니다.
Figma는 2021년 6월 기준 Series E에서 $9.8B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습니다. 매출은 2020년 $35M, 2021년 $51M, 2022년 Run Rate 기준 $81M라고 합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맞으나, Adobe의 2021년 매출은 $15B이며 Figma에게 매출 기회를 100% 빼앗겻다 하더라도 놓친 매출 성장률은 연 1%도 되지 않습니다. Figma와의 경쟁으로 매출이 둔화되었다는 합리적인 설명은 아닌 것 같습니다.
(4) 경쟁업체 Canva의 위협
Figma에 비해서는 훨씬 유의미한 위협이 되는 소프트웨어입니다.
Canva는 비 전문가용 디자인 툴입니다. 웹 베이스의 어플리케이션으로 유튜브 썸네일, 명함, 간판 등 간단한 디자인 작업들을 빠르고 쉽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아래 유튜브 영상을 보면 알 수 있지만, Canva는 포토샵처럼 대단한 기능이 많지는 않습니다. 다만 대다수의 평범한 비전문가들이 디자인 작업을 쉽게 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Canva를 리뷰하는 다른 영상들을 보면 대체로 반응은 이렇게 나뉩니다:
(1) 전문작업을 하려면 포토샵이 있어야 한다 (2) 그러나 복잡하지 않은 작업이라면 Canva가 편리하고 단순하다 (3) Adobe Spark 대비해서는 편한 것 같다 (4) 포토샵, Indesign은 비전문가에게는 장벽이 다소 있다.
Pricing은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Pro 모델은 인당 $12.99/Month, Enterprise는 $30/Month 수준으로 Adobe 단일 제품보다 저렴합니다.
Canva의 경우 2020년 Annualized Revenue는 $500M에 달합니다. 이 덕에 2021년 4월 $15B 기업가치를 인정받자마자, 2021년 9월에는 $40B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투자를 받습니다. (Adobe의 현재 기업가치는 $183B 수준, 작년 9월에는 $340B). 이 당시 2021년 연말이면 연 $1B 규모의 Annualized Revenue가 나온다고 예상되었습니다.
이정도 규모의 매출은 Adobe에게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매출입니다. YoY $500M 수준의 매출이 사라지는 격으로 적어도 3~5%의 Growth를 놓친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 디자이너들이 Canva를 사용하기 위해 Photoshop, Indesign등 제품을 포기하고 갈아타지는 않겠으나, 비전문가들이 Photoshop등을 이용한 전문가 서비스를 덜 이용하고 Canva를 직접 사용하거나, 초심자들이 Canva를 이용해 디자인 작업을 하며 Lost Opportunity가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분명 존재합니다.
다만, 위에서도 다뤘듯이 실제로 Creative Cloud 매출이 YoY로 추세에서 벗어나 줄어들었느냐 하면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Digital Experience 부분에서의 성장성 둔화, Covid Pull-in으로 인한 영향이 1분기의 매출 둔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렇게 어도비는 경쟁자들이 분명 있지만... 사실상 독점적인 지위에 있습니다. 특히 이미지 편집에서는 가히 90%의 점유율이고, 영상 편집에서도 Premier는 애플의 Final Cut과 시장을 양분하는 소프트웨어입니다. 이러한 일부 제품만 있는 것이 아닌 그래픽 디자인 및 컨텐츠 제작에서 전방위적인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이러한 미디어 및 컨텐츠 제작 시장이 후퇴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또한, 비록 새로운 성장 기회를 다른 업체들에게 뺏기고 있다고 하나, Adobe의 핵심적인 소프트웨어들은 여전히 견고하며 유의미한 경쟁자 또한 없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