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작성한 글.
증시의 급락과 바닥이 만들어지기 전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시장 상황을 상세히 기록해보려고 한다. 뉴스보다는 시장에서 어떤 가격 움직임이 일어났는지를 중심으로, 2월 17일에서 4월 24일까지 10주간의 시장 움직임에 집중. 아래는 하락 시작부터 1차 반등 마무리까지의 국면이다.
매번 이 패턴이 반복된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이번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상세히 볼 필요는 있고, 그대로 반복되지는 않더라도 큰 틀에서 시장의 하락은 공유하는 점이 있을 것이다.
시장의 저점은 3월 19일이다. 그렇지만 하락의 마지막 날은 아니었는데, 3월 19일 저점 이후 3월 20일 반등하나 싶었더니, 다시 3월 21일 큰 폭 하락한다. 저점을 달성하고 순탄한 상승을 계속 보였던 건 아니다. 등락폭을 엑셀로 그리면 이렇게 된다.
일단 첫 번째 특징. 시장 폭락 기간에 코스닥이나 코스피나, 지수는 거의 동일하게 움직인다. 기간 중 코스닥과 코스피의 수익률이 유의미하게 벌어진 때는 (1) 3월 17일과 (2) 3월 26일 두 번 정도이다. 그래서 귀찮으니 앞으로 코스피만 보려고 한다. 시장 자체도 코스피가 훨씬 크고 대표성이 있기도 하고....
두 번째 특징. 동 트기 전이 가장 밝다. (1, 2) 가장 큰 반등이 나오는 시점은 가장 큰 하락 다음에 이어진다. (2) 이전 반등과는 다르게, 가장 큰 반등은 여태까지의 어떤 반등폭보다 강하고, 누가 봐도 이전 반등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3) 그렇다고 해서 그 다음에 항상 오른다는 것은 아니다. 1차 반등 이후에 다시 한번 큰 폭락이 왔다.
세 번째 특징. 일중 지수 움직임은 정말 알 수가 없다. 급락장에서는 너무나도 속기 쉬운 일봉들이 나온다. 진짜 조심해야 한다. 이는 2020년 하락이나 2008년 하락이나 똑같다. 아래 화살표로 표시했다... 급락 전 급등, 전일 종가대비 급등하고 폭락.... 가격을 보고 "하락이 멈췄나보다", "다시 하락이 시작되나보다" 하고 반대의 포지션을 잡았다가는, 순식간에 재산이 삭제당하는 날이 너무 많다. 가격을 보고 가격을 예측하려고 하는게 얼마나 부질없는지 다시 한번 상기....
1번과 2번 시점에서, 종목들은 어떤 모습을 보여줬을까? 코스피 200 종목들의 등락률을 봤다. 아직도 당시 등락을 보며 놀랐던 기분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초대형주 우선 본다면, 일반적으로 나오지 않는 수준의 말도 안되는 등락이 초대형주에서 나온다. 삼성전자 10%, SK하이닉스 13%, 삼성바이오로직스 17%, 롯데케미칼 26%.... SK 24% 등. 당시 롯데케미칼이 거의 상한가에 가는게 가장 인상깊었었던 것 같다.
지수 전체적으로는 시가총액이 작은 종목의 변동폭이 가장 컸다. 대형주 < 중형주 < 소형주 순으로 하락이 더 컸고, 하락이 컸던 만큼 중형주와 소형주는 강하게 반등했다. 초반에는 대형주의 반등이 가장 약했다. (1) 시장 폭락 구간에서는 중소형주, 특히 신용을 쓰고 있다면 반드시 줄여야 한다. (2) 그리고 시장이 살아나는 구간에서는 중소형주의 탄력이 더 컸다. (3) 물론, 매일매일 중소형주가 더 갔던 건 아니다. 대형주가 쉬던 일부 구간에서 중소형주가 반등을 지속했기에 중소형주와 대형주의 반등폭이 갈렸다.
당시 시장 저점과 고점을 판단하는 지표로 다른 선배님께서 사용하시던 지표 중 하나가, 지수 내 상하한가 종목의 수를 세라는 것이었다. 상하한가 종목의 수는 지수의 반등 인근에서 가장 크게 변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는 이 상하한가 폭이 15%로 지금에 비해 절반이라, 이런 모습이 더 드라마틱하게 나온다. 상하한가 폭이 30%가 된 것은 2015년.
이 당시에 겪었던 또 다른 현상들로는 (1) 선물시장의 엄청난 변동성: 코스피 200 선물의 호가가 비어버리거나, 순식간에 수십 틱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HTS가 호가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했다. (2) 롯데케미칼, 삼성SDI, 삼성전자 등 초대형주의 호가가 중간중간 비는 모습이 보인다. (3) 소형주의 호가는 텅텅 비어버린다는 것.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하락장은 비슷한 모습도 있고, 다른 모습도 있다.
첫 번째 다른점은, 하락장이 예고없이 훅 들어왔다는 점. 2008년 금융위기는 지수 고점으로부터 (2008.05.19) 지수의 저점까지 (2008.10.26) 약 5달에 걸쳐 주가지수가 하락했다. 그리고 처음의 하락은 생각보다 완만했다. 베어마켓이라는 점을 어느 정도 느낄 시간은 주었던 것.
그렇지만 공통점도 있다. 마지막 급락 구간의 폭과 시간은 거의 비슷했다. 2020년 하락장에서는 하락 전 지수인 2242.17 (2020.02.17) 에서 저점까지 (1439.43, 2020.03.19) 약 36% 하락했는데, 그 기간은 거의 딱 한달 걸렸다. 2008년 금융위기의 저점은 892.16, (2008.10.27), 이로부터 한달 전인 2008.09.26 코스피 지수는 1476.33에서 마감하며 40% 하락하였다.
즉, 마지막의 급락 구간에서는 두 번 모두 약 한달간의 기간에 걸쳐 40% 수준의 하락폭이 나왔다.
두 번째 다른 점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반등은 W자형 반등이었으나, 이번 반등은 V자 반등이었다는 것. 2008년에는 제대로 된 반등이 나오기 전 까지 총 2번의 더 큰 하락장이 있었으며, 그 사이에 10%대 하락도 몇 번 더 있었다. 그래서인지 저번 금융위기를 경험하신 분 들 중에는 이번에도 W자 반등을 기대하며 반등에 숏 포지션을 잡으신 분들이 꽤 있으셨던 거로 안다.
반등에 걸리는 기간도 2008년 금융위기가 더 길었다. 2020년과 2008년 모두 마지막 급락은 1개월 정도의 기간이 걸렸으나, 2020년 하락에서는 저점에서 약 3개월만에 낙폭을 대부분 만회한 반면 2008년 하락에서는 3개월 뒤 한번의 W자 반등을 거친 후, 한번의 마지막 하락을 더 남겨 놓은 상태였다. 저 W자 반등에서 손절을 모두 3번 했다면, 정말 빈털터리가 되었을 것.
또 다른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2008년과 2020년의 시계열은 다르지만 대형주에 비해 중소형주가 바닥까지 더 강하게 추락하고, 더 강하게 반등한다는 점은 같다. 다른 점은 중소형주는 비교적 2~3차 하락의 피해가 적었던 반면 대형주는 2~3차 하락이 더욱 도드라졌다는 점.
오늘은 피곤해서 여기까지만.... 다음에 작성할 때는 당시 미국 선물과 미국 본장, 한국장이 어떻게 연관이 되었는지, 국채와 외환, 단기금리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자산군 차원에서 작성하려고 한다. 그 다음에 4월 이후 반등장의 기록을 적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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