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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9편 [12일차/640km]

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8.2편 [10~11일차/575km] 원 게시글은 8편이 하나인데, 사진 업로드 50장 제한으로 나눠서 올립니다. 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8.1편 [10~11일차/575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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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도 벌써 10편까지 작성했어요 

90마일 직선도로도 지나왔고, 타임존도 하나 지나왔고 

어느덧 호주에 온지 13일이 되었어요 

나름 여행 베테랑이 된 것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아침에 매번 짐을 싸는 것, 식량을 체크하는 것도 이제 익숙해요



하지만 날씨는 점점 악화되기만 합니다. 날씨가 무슨 유격조교 마냥

버티면 버틸수록 더 가혹한 과제를 부여하네요 

한국의 장마철처럼 비가 오기 시작해요

널라버에서 내린 비 중에 가장 거셌어요 



비가 많이 오면 체온도 빨리 떨어지고, 시야도 제한되고

보통 바람도 같이 불기 때문에, 빨리 지쳐요 

조향도 힘들어지고, 사이드미러도 안보이는데다 잘 미끄러져요

가장 큰 문제는 뒤에서 오는 차량을 들을 수 가 없다는 점이고 

차량들의 시야와 조향도 제한되기 때문에

사고를 당할까봐, 섣불리 나서지 못했어요 

로드하우스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시 식당에서 쉬었어요 



오늘은 90km나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마냥 기다릴 수는 없었어요

비가 좀 누그러지자 바로 출발했습니다. 

비가 자주 오는 지역일까요? 수목도 푸르고 미끄러짐 주의 표시가 자주 보였어요 

얼굴과 손, 그리고 발가락이 정말 시려웠어요 

바람도 만만치 않아서, 몸이 정말 빠르게 식는게 느껴졌습니다. 

그나마 앞으로 기온이 올라갈 거라는게 위안이었어요 



30분 정도 후에 비가 그쳤지만 여기저기에 먹구름이 잔뜩 깔렸어요 

언제 비가 또 내릴지 모르겠더라구요 

예상 강우량은 이미 충분히 넘었으니

비는 이제 그만 오겠지하며 위안을 삼았습니다. 



다음 숙소인 마두라까지는 80km 정도 남았어요

비가 그치니 바람도 잠잠해지며 나름 속도가 붙었어요 

오늘 일기예보에는 순풍이 시속 50~60km로 불어준다고 했어요 

여행 중 거의 처음으로 불어주는 순풍을 기대는 했지만

워낙 변화무쌍한 날씨이기에, 마냥 마음을 놓을수는 없어요 

혹시나 풍속만 맞고... 바람 방향이 다르면 어쩌지??

하는 고민이 있었어요 



하지만, 어제까지 북풍(왼쪽) 바람이 불었는데

점점 바람이 왼쪽 뒤로 가는게 느껴졌어요

먹구름도 걷히며 저와 비슷한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었구요 

잔뜩 기대하고 있었답니다. 

안전같은건 잠시 접어두고, 기분이 좋아서 휴대폰으로 

신나는 음악을 잠시 들으며 달렸습니다. 



이 도로를 따라 30km정도 우회로를 타면 

유명한 Eyre Bird Observatory라는 곳이 있어요 

널라버에는 정말 예쁘고 다양한 새들이 많이 사는데

천혜의 자연 속에서 수많은 새들과 야생동물을 관찰할 수 있는

정말 좋은곳이에요 

물론, 흙길에 오프로드라 거기까지 갈 생각은 없었고 
(게다가 왕복 60km면, 하루의 여정 추가입니다.)

표지판에 뭐라 써있나 궁금해서 잠시 들러보았습니다. 


거친 도로 주의, 오프로드 주의 이런 게 써있고 



간략한 약도, 연락처 등이 적혀있었네요

이걸 보겠다고 여길 들어왔는데 



울퉁불퉁한 도로에서 격한 진동을 못이기고

짐이 떨어져 나갔어요 ㅠㅠ

짐이 떨어진 김에 잠시 쉬기로 했어요 



가방도 다시 걸고, 뒷좌석 짐을 싹 정리했습니다. 

혹시 바로 위 사진과 차이 느껴지시나요?

해가 떴어요! 바람도 완전한 순풍으로 바뀌었습니다. 

젖은 옷도 마르는데다, 속도까지 빨라지겠어요 

너무 신났습니다. 

혼자 신이 나서 "이래야 널라버 답지!!!" 하고 소리질렀습니다. 



가는 방향에는 아직 햇빛이 완전히 밝지는 않지만



뒤를 돌아보면 이제 서서히 밝아지고 있어요!

만일 차가 있었다면 저 조류 관측소도 같이 들렀을 텐데

자전거 여행이 항상 무한한 자유도가 보장되지만은 않아요 

제한된 식량, 제한된 시간, 제한된 체력, 제한된 거리 

생각보다 놓치는 것이 많답니다. 

물론 대신에 자동차로 간다면 놓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죠!



점심에 먹을 쌀을 불리기 위해, 잠시 휴게소에 멈췄는데 

지나가다 차량 한대가 멈춰서 저에게 커피 한잔 하지 않겠냐고

물어보시네요! 방금 잠시 쉬었던데다, 순풍이 불때 빨리 

거리를 좁혀야 하고, 저는 커피를 안마시기 때문에 

감사하지만 커피는 안마신다고 사양을 했습니다. 

다시 떠날 준비를 했더니, 차는 한잔 어떠시냐고 그러시네요 

차마 호의를 거절할 수가 없어서 차를 같이 한잔 하기로 했어요



저에게 차를 대접해 주신다는 분은 존 아저씨에요 

멜버른까지 가신다는데,

존 아저씨는 지열 발전관련 사업에서 일하셨대요 

이제 은퇴해서 아들과 함께 여행중이라고 하십니다.



비가 온 뒤에 렌즈쪽을 좀 닦아줬어야 했는데 

그 생각을 하나도 못했더니 아주 뿌옇게 나오네요

빈센트 씨는 진안에 갔다왔다고 하시더라구요 

깜짝 놀라서, 도대체 왜 진안에 갔다온건가 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중국 집안현인것 같습니다 ㅠ

한국에는 둘째 아들이 선생님으로 근무한다고 하시네요 



본닛 위에서 예상하지 못한 티타임을 가지고 

낯선 아저씨와 이것저것 여행 이야기를 했습니다. 



맛잇는 차를 2잔 마시고 

뮤즐리 바와 까까를 잔뜩 받았습니다. 

오늘은 간식이 든든하네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좋은 인연을 만나게 되는데 

달릴 거리에만 조급해서 기회를 놓칠 뻔 했어요 

잠시 반성하게 되는 계기였습니다. 



그 뒤로 

안정적이고 강력한 순풍이 계속해서 불었어요!

시속 30km는 아무렇지도 않게 낼 수 있었죠 

가만히 앉아있으면 자전거가 앞으로 가고 

달리고 있어도 바람이 느껴지지가 않았고, 기분도 최고였어요 

그런데 이게 시속 60km의 바람은 아니었어요 

시속 60km의 바람이 어떤 바람인지, 얼마 가지 않아 느꼈어요

갑자기 뒤에서 먹구름이 오더니 

시속 60km의... 순풍이 급작스레 불며

저를 바닥에 패대기치려고 했습니다. 정말 넘어질 뻔 했어요 

지나가던 로드트레인들은 휘청거리기 시작했구요 

이때 기분은... 마치 슈퍼맨이랑 한 팀이 된 기분이랄까요 

슈퍼맨이 같은 팀이라 정말 좋긴 한데... 그래도 정말 무섭다는거



점심을 먹을때 쯤 되니 다음 숙소인 마두라까지는

50km밖에 남지않았어요 

문제는 시속 60km의 바람 속에서, 불을 지피고

밥을 먹을 곳을 찾아야 하는데, 비까지 왔어요 

걱정되는 식사였습니다. 



근처의 작은 나무 아래에서 밥을 하기로 했습니다. 

렌즈는 안닦기를 잘한건가봐요 

바로 비가 내리네요 



우비를 입고 쪼그리고 앉아 밥을 했습니다. 

사진을 찍어 줄 사람이 없으니 설정샷이 아주 중요합니다.



바람이 강하니 불이 자꾸 꺼져요 ㅠㅠ

진짜 이 바람이 역풍이었으면 어땠을까요... 집에 갔을거에요 아마



오늘의 메뉴는 밥이랑 멸치맛이랑
(밥이랑 별로 맛없었어요 ㅠ 특히 불고기맛)



머스타드 마요 햄 통조림을 스까묵을겁니다. 





밥을 다 먹고 나니 바람이 옆바람으로 바뀌었어요ㅠ 

실망스러워라 

속도가 이전처럼 잘 나지 않네요 



여행기 9편에 썼던 오토바이를 싣고 다니시던 

멋진 아재 말씀드렸잖아요! 알고보니 이날 만난 분이었네요 

자꾸 기억이 가물가물... ㅠ 그래도 영상이 남았다니 

정말 다행이에요



추운 겨울에 아랑곳하지 않고 

웃통을 까고 운전하시는 쌍남자 아죠씨였어요 



바람이 많이 분다네요 앞에도! 

한동안은 옆바람이겠지만, 막바지에는 길 방향이 바뀌어서 

10km 정도는 순풍을 다시 탈 것 같아요 



또 한명의 인연이 스쳐 지나가요 



가다보니 도로변에 거대한 동물이 하나 앉아있길래 

호주의 야생개인 딩고인줄 알고 잔뜩 긴장하고있었어요 

그런데 저 거대한게 독수리였다니! 

독수리가 정말 컸어요ㅠ 동영상 화질이 구린게 너무 한이에요 

저는 잘 봤지만ㅠㅠ 

로드킬이 많았는데 이 지역에는 독수리도 정말 많았습니다. 



널라버는 수천년 전에는 바다였어요!

그래서 가다 보면 내륙 한가운데에 이런 조개껍질이 있곤 합니다.

이런 넓은 평원에 조개껍질이라니 정말 이색적이에요 



시속 60km의 바람은 이제 끝나고 

한 40km정도 될까요? 그래도 여전히 강한 바람이 계속 불어요 

역풍은 아니지만, 강한 옆바람이 계속 불어서 

자꾸 저를 갓길에서 도로 중앙으로 내팽겨칩니다. 

이러다가 사고가 날 것 같아서, 차가 한대라도 뒤에서 오면

바로바로 내렸어요 



그래도 얼마안남았어요! 30km만 더가면 되어요 

다음 숙소는 Madura인데, MA 아래 누군가 



MARTY라고 낙서를 해놨어요 ㅋㅋ

본인 이름은 아닐거고 아마 친구 이름일 것 같아요



액션캠 사진이 이렇게 깔끔하게 찍혔다면 정말 좋았을텐데요 

비가 오고 영상을 계속 확인을 못하니 흐린 영상이 정말 많네요

잠시 저 구름 아래에 무지개가 드리웠었는데 

꼭 하늘 성으로 올라가는 무지개다리같았어요!

카메라를 꺼내드니 이미 사라져서 아쉬웠어요 



아직도 해는 한참 남았는데 벌써 숙소까지 도착했어요!

순풍을 전체 구간의 반밖에 못받았는데도 금방금방 움직여요



그리고 널라버의 가장 절경 중 하나인

Madura Pass에요! 이곳은 높이가 120m 정도 되는데 

아래의 Roe Plains 라는 정말 끝도 없는 평원보다 100m가량이 높아서 

정~말 넓은 평원이 한눈에 들어와요!

카메라 따위로는 그 넓음이 담기지가 않아요 

지평선이라는게 뭔지 확실히 알 것 같았어요



이곳에서도 바람이 정~말 강해서 사진을 찍는 동안 계속 휘청거렸어요 



오늘은 숙소에 정말 일찍 도착했어요!

내일도 강한 순풍이 불 예정이라서 정말 기분이 좋았구요 

Budget Room이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가격도 싸고 

이곳 직원들은 정말 친절했던게 기억이 남아요 

다만 방에 난방기구가 없고, 신호가 안터지는게 단점이었지만

일찍 도착해서 피곤하기도 덜 피곤하고 

시간 여유도 있어서 간단한 손빨래도 할 수 있었어요 

이제 딱 여정의 절반을 마무리 했어요! 다음 편에 다시 뵐께요~ 



저번 Caiguna에서 찍은 파이리 사진인데 

누락되서 보너스 컷으로 올려드려요 

복실복실~

 

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11편 [14일차/85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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