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여행기에서는 Mundrabilla가지 이동했어요
오늘은 드디어 서호주와 남호주의 경계를 건너는 날이에요
여행도 끝이 보이고, 이제 남은 숙소도 얼마 남지 않았어요
오늘도 순풍이 잘 불어주는 날이어서 거리는 금방금방 줄어들었답니다.
그리고 오늘은 드디어 처음으로!! 캥거루 3마리를 봤어요
전혀 대비를 안하고 있다가
캥거루가 풀을 뜯고 있길래 카메라를 켰는데
금방 지나가 버리더라구요.. 야생동물 운은 없나봐요 ㅠ
그냥 예전에 비행기에서 심심해서 그린 캥거루로 대신할게요
귀엽게 봐주세요
이곳은 무슨 무슨 나무가 정말 많아요!
신발나무부터 시작해서 물병나무
크리스마스 트리
동영상이라 화질은 별로 안좋아요
처음에 멀리서 볼 때는 성황당나무인줄 알았어요 ㅋㅋ
나중에 가다보면 테디베어 나무도 나와요!
신발나무는 좀 이색적이고 좋은 것 같은데
물병나무는 별로인것 같아요, 널라버는 바람도 강해서
여기저기 물병이 날리기도 하고, 결국에는 다 쓰레기일텐데
물론 저도 어제 신발을 버린... ㅠ 나쁜 한국인이에요
널라버를 지나다보면, 갈색에서부터 노란색의 각종
음료 아닌 무언가가 담겨있는 병들이 많은데!!
아마... 내용물은 상상하시는 그것이 맞을거에요
직업 운전기사들이 시간을 아끼려고 그냥
차 안에서 거시기 해버린다음에 병채로 버리는...!
오늘은 구름 한점도 없이 바람도 순풍순풍 불고 있어요
가야할 거리는 80km 정도인데, 로드하우스가 2개나 있어서
오늘은 정말 안정적인 구간이에요
별로 한것도 없는데 벌써 20km밖에 안남았어요!
오전밖에 안되었는데 벌써 거리를 확 좁혔네요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쉬고 있는 것도 힘들더라구요
바람에 떠밀리듯이 계속 쉬지 못하고 달렸습니다.
점심시간은 한참 남았는데 벌써 다음 로드하우스라니
어제도 너무 빨리 도착해서 저녁에 먹으려고 불려놓은 쌀도 아직 못먹었거든요
점심, 저녁을 모두 사먹을 것 같아서
이틀씩이나 불려놓을 수는 없으니, 쌀을 버려야 할 것 같아요
널라버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나올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ㅋㅋ
유클라에 도착할 즈음 부터는 해안과 가까워져서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남극해... 라고 부르면 되는걸까요?
사진 끝에 아주 조금 바다가 보여요(감질나게)
다음 휴게소까지 5km밖에 안남았다는 표지 보다는
그 다음 숙소가 18km밖에 남지 않았다는 인간적인 거리가
너무 감격적이었어요
이래야 사람사는 곳 같죠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있었어요
저번에 마두라에서 올때는, 급경사의 내리막길이었는데
이번에는 정반대로, 급한 오르막길을 올라가야 해요
저 언덕 위로 올라가야 합니다.
높이야 해봤자 150m 정도나 될까요, 얼마 안되지만
다리를 계속 많이 썼던지라, 터질 것 같았어요
2주째 평지만 보고 달리니
이런 언덕만 나오면 경기를 일으킬 것 같아요
그래도 언덕에서 보니
아까보다 바다가 2mm 정도는 더 보여요
매일 밤 학교 정문에서 윗공대쪽으로 자전거 타시는 분들
정말 싫기도 하지만, 존경스러워요
어떻게 그 경사를...!!
하지만 김정은 목따러 가는 것도 아니고
전조등과 후미등은 꼭 키고 달려주세요
널라버의 서호주 구간 완공을 기념하는 비석이에요
저번의 그 노오력 좋아하시는 아저씨의 이름을 찾아봤는데
여긴 없네요. 고속도로는 1969년에 완공 되었다고 하네요!
언덕을 올라가고 나면 유클라 로드하우스에 도착해요
잘 가꿔진 로드하우스였어요. 시설도 깔끔하고
멋진 고래 조각상도 있었고 말이죠
여기서 맛있는 햄버거를 하나 먹고, 혹시나 식량이 부족할까봐
통조림을 하나 더 샀어요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떤 유쾌하신 흑인 아저씨가
어디까지 가는거냐고 물어보시더니
애들레이드 방향으로 간다고 하니, 뒷자리에 좀 태워달라고
저를 약올리십니다 ㅋㅋ
사진을 찍어두었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아쉽네요
휴게소까지 올라오니 바다가 더 잘 보여요
이곳은 이것 저것 기념비같은게 되게 많더라구요
여행자들을 위한 십자가
크리스챤을 위해 세워진 기념비에요
이런 외딴 곳에도 참전 군인들을 위한 기념비가 있어요
1차대전과 2차대전때 호주도 많은 전상자를 내서
크고 작은 지역마다 한개씩은 이런 기념비가 있다는데
널라버까지 있을 줄은 몰랐어요
그 옆에는 널라버를 처음으로 횡단한 탐험가
존 에어를 기리는 비석이 있어요
사실 이 사람 이전에도, 이 황량한 땅에서는
원주민인 애보리진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널라버를 횡단해 갔을거에요
그래도 여전히 대단한 사람인 것 같아요!
잘 닦인 고속도로에 휴게소가 있어도 이렇게 힘든데.....
널라버를 지나는 고속도로는 그래서
이사람의 이름을 따서 Eyre Highway 라고 불러요
마지막으로, 이 지역에서 조업을 하시다가 실종된
두 어부들의 비석도 있어요
어린 자녀들과 부인이 있던 두명의 아저씨들이었는데
2005년에 돌아가셨다고 해요, 그 옆에는 가족들이 두고 갔는지
조화와 꽃병도 있었어요
널라버 지역의 해안, 특히 Great Australian Bight 지역은
배를 정박할 해안이 거의 없고, 암초도 많은데다
파도가 정말 강해서 위험한 해안이라고 해요
사실 이것들 보다는, 여기서 오프로드로 조금만 더 빠져나가면
예전에 서호주와 남호주를 연결해 주던
전신소 건물의 폐허가 있어요!
별건 아니긴 하지만, 왠지 전신소 폐허라고 하니까
꼭 가보고 싶더라구요
갈때는 정말 험난한 오프로드였는데, 오는 길이 걱정됬어요
자전거가 자꾸 오프로드의 거친 길 때문에
덜덜덜덜 떨리고 있어서, 밥먹은 직후라 멀미가 날 것 같았어요
저의 동행자만 데리고 걸어서 가기로 했습니다.
엥?
아무것도 없길래 좀 불안하긴 했어요
여기가 맞는거긴 한가?
길도 있고 표지판도 있긴 한데, 전신소는 어디에 있는거지?
그냥 모래언덕과 흙길이라, 아까운 시간 헛걸음 한건 아닌지
걱정되었어요
모래사장을 좀 넘어가니
건물이 보였어요
생각보다 작네요
이런 외딴 곳에 전신소라니...! 최전방 GP 근무보다 외롭고 무서울 것 같아요!
서호주측과 남호주측의 전신기사 아저씨들 둘이 등을 맞대고 앉아
전신 메세지를 중계하는 역할을 했다고 해요
서호주는 국제 모스 코드를 썼고
남호주는 미국식 코드를 써서 통역 같은게 필요했나봐요
잘은 모르겠어요
처음으로 중계된 메세지는
"Eucla line opened, Hurrah" 라고 한대요
원래 이 지역도 수목이 있던 지역인데
갑자기 토끼들이 불어나면서, 수목선이 내륙으로 밀렸다고 해요
그래서 유클라 휴게소가 언덕 위로 올라간 것이라고 하네요
고대 유적같아요! 잘 관리되지 않아서 이렇게
박살난 것이라고는 하지만
1900년대 초에 버려진 건물 치고는
모래속에 파묻혀서 고고학 유적지 같은 느낌을 줘요
이 외딴 곳 까지 와서 낙서를 하고 싶은...!!
모래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사진을 제대로 못찍었지만
예쁘게 나왔어요
고급진 그리스 사원 유적지에 갔다온 느낌이에요
돌아가는 건 더 큰일이었어요
오프로드에 오르막길이라니..!!
물론 소소하게 좋은 구경을 해서 아쉽진 않았지만
길이 너무 가파르고 힘들었어요.. 점심은 다시 도루묵... ㅠ
언덕 위에 올라가고 나서야 나중에 알았는데
전신소까지 한번에 가는 길을 알았다면
언덕을 한번만 올라갔어도 되는 거였는데, 초행길이라 몰라서
전신소까지 돌아가느라 언덕을 두번이나 올라갔어요
잔뜩 지쳤습니다.
유클라에서 볼 걸 다 보고, 다시 길을 나섰어요
얼마 가지 않아 다음 휴게소에 다다랐어요
목적지인 시두나까지는 500km도 안남았어요!
그 다음 휴게소 까지는... 189km
여행하며 가장 걱정했던 구간 중에 하나에요
뭐 오늘은 실내에서 잘 수 있으니 내일 걱정은 내일 하기로 해요
어제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무시무시한 크기의
오버사이즈 트럭들도 지나가요
아~~~주 거대한 트랙터를 싣고 가고 있었어요
저런 차들은 내리막길이나 오르막길은 어떻게 가는건지
어디서 저런걸 싣고 오는건지
왜 배나, 비행기로 안나르고, 현지에서 조립하지 않고
저렇게 완제품을 육로로 실어 나르는건지
트럭 기사를 만나면 물어보고 싶은게 산더미였어요!
아쉽게도 기회는 없었답니다
호주는 주 경계에서도 농축산물 관련 검역을 실시해요
나라가 워낙 넓어서 그런걸까요
모든 차량은 저기를 통과해야 하는데, 동쪽으로 가는 차들은
검역대상이 아니에요. 가끔 그걸 모르고, 검역 전에 헐레벌떡 과일을 먹어치우다
허탈하게 주 경계를 넘어가시는 분이 많다고 해요 ㅋㅋ
그러고 보니 오버사이즈 트럭
이곳을 어떻게 통과한 걸까요??
이번 로드하우스에도 Budget Room이 있어요!
아주 혜자스러운 가격에 감격해서 방에 들어갔더니
원래 3인실 백패커스 룸이더라구요
설마 오늘 누가 저와 같이 백패커스를 쓰겠어요!
얼떨결에 싼값에 큰방을 받았어요~ 신나라
단점이라면, 이 큰 방에 난방기가 저거 하나라서 좀 춥겠더라구요
하지만 3인실이더라도
난방기가 있는 자리도 제꺼기 때문에...!
몇일째 숙소에 일찍일찍 도착해서 해가 지는 것도 여유롭게 볼 수 있어서 참 좋아요
밥값은 좀 창렬이었어요! 메뉴가 다들 좀 비싸더라구요... 라면이 그리웠습니다.
전 사천짜파게티와 스낵면을 정말 좋아해요
식사를 하고, 이것저것 짐을 정리하고
물을 받으러 나가고 있었는데
어떤 아저씨가 불덩어리를 막 휙휙! 돌리고 계셨어요
이런 외딴 오지에서 묘기 연습이라니!
저는 도촬왕이니까..! 동영상을 찍었어요
방이 단열이 잘 안되고 큰 문제도 있었지만
문틈이 정말 넓었어요 , 동전 3개씩은 들어갈 크기여서
밤에 스카치테이프로 문을 잔뜩 밀봉하고 잤습니다.
내일 출발하게 되면, 180km동안 또 숙소가 없는 난코스라
걱정이 많이 되었어요
그래도 오늘까지는 바람도 잘 불어주었고
내일도 순풍이 분다는 예보여서
그나마 안심이 되었네요
내일이면 이제 1000km 달성!
난코스가 꽤 남아있었지만, 집에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에 한껏 부푼 밤이었어요
다음에 다시 뵐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상 및 잡것 >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마지막편, 1400km] (0) | 2022.02.01 |
---|---|
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15편 [18-19일차/1250km] (0) | 2022.02.01 |
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14편 [17일차/1125km] (0) | 2022.02.01 |
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13편 [16일차/1045km] (0) | 2022.02.01 |
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11편 [14일차/850km] (0) | 2022.02.01 |
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10편 [13일차/730km] (0) | 2022.02.01 |
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9편 [12일차/640km] (0) | 2022.02.01 |
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8.2편 [10~11일차/575km] (0) | 2022.0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