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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부터 1971년까지, 브레튼우즈 체제 하에서 세계 통화는 금을 기반으로 발행량을 정하게 되었다. 달러는 금 1온스당 35달러로 교환비가 고정되었고, 미국 정부가 가지고 있는 금의 보유량을 바탕으로 달러를 발행하게 되었다. 즉 화폐라는 것은 일정량의 금과 교환할 수 있는 증서였고, 신뢰할 수 있었다. 

그런데 1971년 8월 15일, 닉슨 대통령이 금 태환 정지를 선언하며 금본위제는 막을 내렸다. 세계 기축통화이던 달러의 가치가 어떤 것에도 연동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는 무너지지 않았다. 

그리고 최근에는 또 금융위기로 인해 그 어떤 것에도 연동되지 않는 달러를 계속해서 찍어내고 있는데, 세계 경제는 아직 무너지지 않고 있다 (물론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지만). 

1971년 8월 16일 뉴욕타임즈 신문, 닉슨의 금 태환 중단 선언


시장경제의 근간은 화폐가 아니라 물물교환이다. 화폐의 유무와 관계 없이, 모든 상품은 서로의 적정 교환비가 시장에서 알아서 정해진다. 화폐는 단지 그 교환비를 일원화 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과거에는 조개껍데기가 이러한 목적으로 쓰이기도 했다. 

화폐(금) 이 있을때와 없을 때 물물교환의 차이

 

금본위제 하에서는 사람들은 달러로 거래를 했지만, 사실상 금을 매개로 거래한 것과 다름이 없다. 바게뜨를 금 0.0X 온스를 주고 사는 식이었을 것. 금 태환이 중단되면서, 이 교환의 매개가 금에서 종이 조각으로 바뀐 것이다.

달러라는 종이 조각이 더 이상 금과 교환되지 않는데도 경제가 무너지지 않은 이유는, 금의 가격이 정해지는 원리와 달러의 가격이 정해지는 원리가 정확히 동일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달러의 가격은 아래와 같이 정해졌다. 정부에서 인위적으로 두 재화의 교환비를 고정한 셈이며, 절대적으로 공급량이 많은 한 경제주체가 이 가격에 항상 금을 교환해 주겠다고 정해준 것이다. 

Value(USD) = Value(Gold)

이처럼 금 본위제에서 달러는 금의 가치에 기반하고 있었다, 그러면 금의 가치는 무엇에 기반하고 있었는가? 사람들은 금은 불변의 가치를 가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금 역시 다른 재화와의 교환비의 결합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하나의 재화일 뿐이며, 아래와 같이 표현할 수 있다. (재화 & 서비스지만 쓰기 귀찮음)

Value(Gold) = f(재화1, 재화2, 재화3 ..... 재화n)

꼭 금이 아니더라도 특정 재화 A의 가치도 이렇게 표현이 여전히 가능하다. 역사적으로 가능한 예시는 조선시대에 쓰였던 쌀, 포목, 선사시대의 조개껍질 등이 될 것이다.

Value(재화 A) = f(재화1, 재화2, 재화3, ..... 재화 n)

다시 말하면 한 재화의 가격은 다른 재화들과의 교환비의 결합으로 정해지며, 화폐의 가치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는 재화의 가격을 화폐로 표기하는 것만 익숙하지만, 반대로 화폐의 가치를 재화로 표현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금본위제에서 금 태환을 금지하면서 생긴 변화는 단지 하나 뿐이다. 아래의 수많은 달러:재화의 교환비 쌍에서, 달러:금의 교환비가 고정된 것에서 변동하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것 뿐이다. 즉 그 외에 대부분의 교환비 쌍이 유지되고 있었기에 시장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이다.  

USD:재화1, USD:재화2, USD:재화3, USD:재화4..... USD:재화n, USD:Gold

가격이라는 것이 애초에 무한한 순환참조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금 태환이 중단되었음에도 경제가 잘 굴러갔던 이유를 혼자 고민하다가 쓴 뇌피셜이라... 근거는 없다. 그렇지만 이런 걸 생각해보면 사실 통화량이 증가한다, 통화 가치가 떨어진다고 해서 달러 기반의 화폐 시스템에 중대한 문제가 생기리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물론, (1) 달러화가 거래의 매개이고 (2) 재화 간의 교환비 조정이 즉각 일어나지 않기에 변동성이 커진다면 문제가 생기겠지만... 그런 수준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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