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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6편 [8일차/400km]

당시에 2016년 여름이었는데, 오버워치 초창기라 신나게 했었네요, 거의 하루나 이틀 단위로 여행기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막 전역한 대학교 2학년이라 아주 파릇파릇하네요. 호주 널라버 평원 1

hunter-trader.tistory.com


안녕하세요! 계속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재를 초반에는 매일 간격으로 하다가 요즘 2일 간격이 되었네요ㅠ 기다리신 분들께는 죄송해요

오늘은 Balladonia 로드하우스에서 시작해서 널라버에서 가장 유명한 구간 중 하나인

호주에서 제일 긴 직선도로에 들어가요!

여행 중 예쁜 사진을 가장 많이 건졌다고 생각하는....


9일차 아침에는 늦잠을 퍼질러 자고 말았어요 

일출이 7시 직전이라, 거리를 열심히 좁히려면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최대한 달려야 하는데 

열시 반이나 되어서야 숙소에서 출발했습니다. 



발라도니아 로드하우스에는

근처에 미국 위성이 추락한 기록이 있어서 

관련 유물도 전시할 겸, 겸사겸사 작은 박물관이 있어요

늦잠을 자버린 터라 다 읽지는 못하고 

사진만 대충 찍어서 나온게 못내 아쉽네요



다음 로드하우스 까지는 181km나 남았어요 

여행 중 가장 큰 난관중에 하나였다고 생각해요 



아침에 출발하고 장갑을 보니 천이 다 헤졌어요 

원래는 반장갑인데, 손이 시려서 정비용 목장갑을 같이 끼고 탔습니다. 

겉에 손가락 부분 빵꾸는 이전에 밥을 짓다가 잘못하고 녹아버린 부분이에요

저 장갑은 제가 자전거를 본격적으로 타면서

고등학교 졸업할 때 즈음 산 장갑이에요 

국토종주, 한강, 제주도 등을 저와 항상 달리면서 

아마 누적거리는 2000km 정도는 된 장갑이에요 
(여행이 끝날 때 쯤에는 3000km가 되었죠)

이렇게 오래 쓰니, 튼튼한 장갑도 해지더라구요 

계속 굴러가는 몸의 근육과 인대도 이렇게 헤지고 있을 텐데, 점점 걱정되었어요 


이 날은 계속 흐린 날이었어요

사진도 상당히 흐리게 나와요! 

저 표지판은 휴게소 앞뒤로 배치가 되어있는데 

널라버의 고속도로들에는 펜스가 쳐져있지 않아요 

그래서 야생동물들이 많이 뛰어다니니 

운전자들에게 조심 하라는 표지판입니다. 



휴게소를 떠난지 얼마 되지 않아 여행하면서 처음 본 표지판이 있었어요 

RFDS 긴급활주로라고 되어있는데 

한국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있잖아요 

경부고속도로는 전시에 긴급 활주로로 쓴다더라... 하는 

그런 얘기가 떠올랐어요. 사실 여부는 모르겠습니다. 

이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RFDS는 호주 공군 그런 것이 아니라 

Royal Flying Doctors Service의 약자에요 

호주 아웃백 등 오지에 사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는 의료 서비스를 접하기 어렵기 때문에 

의사양반들이 비행기를 타고 아웃백으로 가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입니다. 

호주는 항공 교통이 정말 잘 발달되어있어서 이런 단체도 존재하나봐요

낮은 밀도의 인구 때문이기도 하구요 



활주로는 크고, 길고, 아름답습니다. 

주변도 예쁘게 잘 정리해놓았네요, 옆길이 넓어서 

자전거 여행자는 정말 안심이 되었습니다. 



분명 일기예보에서는 비올 확률은 별로 없고 

구름만 끼고, 바람은 별로 없을거라고 했는데 

약한 역풍이 불면서, 심상치 않은 먹구름이 몰려왔어요



다음 숙소인 카이쥬나 까지는 180km인데 

2일안에 가기에는 빠듯하고 3일안에 가기에는 살짝 짧은 거리에요

하지만 기상이 악화되고, 몸도 서서히 아파서 

3일 쪽으로 일정이 굳어지는 것 같았어요

자전거 여행을 길게 하면 나중에는 안아픈 곳이 정말 몇 군데 없습니다. 

굳이 꼽자면 겨드랑이와 배꼽 정도를 빼고는

전부 모종의 통증을 느낀다고 할 수 있어요 

이 날은 엉덩이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좋은 소식이 있었어요 

드디어 파스타를 졸업하고 이제는

계속 밥만 먹을 예정입니다. 

미리 불려놔야 쌀도 잘익고 맛있어서 

점심 전에 잠시 내려서 쌀을 적시고 있었어요 

쌀은 씻지 않습니다. 쌀 씻을 물 같은건 없거든요



날씨는 점점 심상치 않아지고 있었어요 

먹구름이 몰려와요 



재밌는건 반대편에는 해가 쨍쨍하다는거죠 



도로 기점으로 좌우 대비가 극명합니다. 

날씨가 미쳤어요 



잠시 노변에 자전거를 대고 쉬고 있는데 

반대쪽에서 오토바이를 탄 아재 둘이 오십니다. 


반갑게 손을 흔들어줬어요 

자전거 여행자와 오토바이 여행자는 둘다 

널라버에서는 모종의 유대감이 있어요 

"나도 제정신은 아니지만, 저놈도 어지간한 녀석이다"

라는 교감을 짧은 시간동안 나눕니다.


최초로! 상대 운전자가 따봉을 날려주는 장면을

드디어 포착했어요 



저도 바로 따봉으로 응답을 합니다.

자전거 여행을 하다보면 반대편 운전자들은

크게 4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어요 

1) 반가움인지 경고는 모르겠지만, 경적을 날린다 
→ 극혐입니다. 정말 화들짝 놀라요
    특히 화물차가 경적을 울리는 경우는...

2) 상대방이 인사를 하니 손을 흔들어 준다 
→ 사진을 찍어가기도 합니다

3) 따봉을 날려준다 
→보통은 남성 운전자 분들이 따봉을 많이 주세요 
   아마 멋진 녀석! 하는 표현이겠죠?

4) 눈이 휘둥그레지며 나를 계속 응시한다
→ 놀라서 전방주시를 포기하고 저만 보시는 분들이 계세요 

뒤에서 갑자기 기습 경적 울리는 차량들은

극혐이에요, 노이로제 걸릴 것 같습니다. 



이곳은 정말 사진이 예쁘게 나왔어요!



끝없이 펼쳐지는 평원



하늘이 맑았더라면 더 좋았겠어요 



널라버의 도로는 지평선으로 사라져요


사진 셔터를 아무렇게나 눌러도 그림이기 때문에 

사진고자도 마구마구 찍었습니다. 



이건 길 가다보니 어떤 미친놈들이 

돌탑에 옷을 입혀놨길래 찍었습니다. 

잘 보이시나요?



기상청은 호주나 한국이나 별수 없는것 같아요 

결국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지나가는 소나기겠지 하고 따로 우비는 안입었어요 



비가 내린지 얼마 되지 않아서

호주에서 가장 긴 직선도로 표지판 앞에 도착했어요!

원래는 세계에서 가장 긴 직선도로였는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62마일짜리 직선도로를 지으며 1인자 자리를 내주고 말았어요 



사진고자라 사진은 잘 안찍지만

여기서는 꼭 인증샷을 찍고 싶었어요 

비가 내리는 중이라 사진 다시찍을 여유도 없이

바로 핸드폰을 집어넣었습니다. 



이 사진을 찍자마자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여태까지 여행 중 가장 많이 온 비였습니다. 

점심때여서 밥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곤란해졌어요

다행히 근처에 바로 휴게소가 있었지만, 문제는

비를 피할 곳은 아무데도 없었어요

최소한 가스불은 비를 맞으면 안되는데... 



결국 궁여지책으로 벤치 아래에서 밥을 지었어요

이때 너무 서럽더라구요 



밥도 문제지만, 자전거도 비에 흠뻑 젖어서 

안장도 흥건하게 젖고, 손잡이, 구동계 전부 

아주 촉촉하게 보습 되었습니다. 

젖은 옷을 입고 젖은 안장에 앉아서 

오늘 저녁 씻지도 못하고 야영을 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아기피부가 되는 모습이 눈에 선해요 



밥이 맛있게 되고 있는지 계속 뒤적여 봅니다. 

사진 보시면 알겠지만, 해가 떠있는 상태에요!

해는 떠있는데 비는 오는 아주 지랄맞은 날씨였어요



비가 오고 난 뒤 자전거와 점심밥의 상태에요 

이날은 머스타드-마요 치킨통조림과 밥, 계란을 먹었습니다. 

닭통조림은 너무 느끼했어요, 김치가 그리워졌습니다. 



비오고 나서 구름이 해를 가리니 

젖은 옷은 식고 바람은 불어 너무 추웠어요 

역풍때문에 힘은 점점 빠졌습니다. 



그래도 우리 대자연께서 마냥 새디스트는 아니신지 

고통받는 자전거 여행자를 위해 잠시 해를 내서 

무지개를 보여주셨어요 



무려 쌍무지개에요 쌍무지개! 보이시나요?

이상하게 쌍무지개는 화질이 낮은 동영상에서 

더 잘 촬영되더라구요 



호주의 대자연은 새디스트가 맞습니다. 

사진을 찍자 마자 바로 비가 내리기 시작해요 

5분정도 고민하다 우비를 입으니 

거짓말 처럼 비가 멈춥니다. 



그래도 예쁜 사진은 잘 나와요 



4시 정도 되었을까요, 휴게소에 도착했습니다. 약 50km 정도를 달린 후였어요 

오늘 더 간다고 숙소에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가만히 있자니, 오늘 남은 2시간의 해가 아까웠어요 

다음 휴게소는 오늘 안에는 갈 수 없는 거리였구요 

휴게소에 앉아 고민에 빠져 있으니 옆에서 어떤 아저씨가 오시더니 제게 말을 거셨어요 

안타깝게도 사진은 찍지 못했어요 

루마니아에서 오셔서, 아내분과 같이 호주를 일주중인 중년의 남성분이였어요 

본인도 자전거 여행에 관심이 많으시다며

제 자전거에 대해서 이것 저것 물어보시더라구요 

관심을 가져주시는 아저씨도 계시고, 여기서 일찍 텐트를 펼까 생각도 들었어요

아저씨는 늦었으니 더 가지 말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혹시 오늘 무리해서 야간에 좀 더 달리면 

내일 다음 숙소에 도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들기 시작했고, 결국 길을 나섰습니다. 

3일 연속으로 야간 주행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도 이전 2일의 경험 덕에 무서움은 좀 덜했습니다. 



길가에 자고 있는 소인줄 알았는데 

로드킬이었어요, 생각보다 멀쩡해서 

잠든 소인줄 알았습니다. 



밤이 되자 바람도 잦아들고, 비도 오지 않았어요 

기상이 좋아지니 야간 라이딩 욕심이 더 났어요

이전까지는 해가 지려고 하면

다음 숙소까지 허겁지겁 가느라 경황이 없었는데 

이날은 여유있게 사진도 찍어보았습니다. 

바람이 계속 불지 않아서 욕심을 조금씩 부리다가 

결국에는 7시가 다 되어서야 텐트를 세웠습니다. 

완전 깜깜한 밤에, 어딘지도 모르고 

작은 유칼립투스 나무 아래 텐트를 쳤어요 

이 지역은 워낙 평탄하고 나무들이 작아서 

텐트 칠 공간을 찾기가 힘들었어요 



후딱 밥을 짓고 불장난을 좀 해봤어요 

저는 불장난을 정말 좋아합니다. 



장난으로 피운 불에 불쏘시개를 좀 더 넣으니 

불이 그럴싸해졌어요 

어차피 일찍 텐트 들어가봤자 추운 거 

모닥불이나 쬐기로 결심했어요 



불을 좀 더 키우기 위해 

포켓몬의 도움을 좀 받았습니다. 

주변의 죽은 덤불이나, 마른 잔디

유칼립투스 잔가지 등을 열심히 집어넣으니 

나름 불이 따뜻하게 오래 갔어요 



주변이 따뜻하게 불을 피우고 싶었지만

저는 쫄보라서 불을 다 끄고 들어갔습니다. 

저런 숯불 상태도 정말 따뜻하더라구요

결국 물을 다 뿌려 불을 끄고 잠에 들었습니다. 

밤에 나름 은하수도 보이고, 모닥불에 어딘지 모르는 외딴 곳에서의 캠핑

치킨 한마리 뜯을 수 있었다면 정말 완벽했을텐데 그래도 좋았습니다. 

전화 신호도 잘때 쯤 되니 약하게 잡혀서

가족들과 전화를 하며 걱정도 덜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에요

다음 편도 최대한 빨리 올릴게요!

한 편에 2시간 정도 걸리는데 

요새는 완전 백수가 아니라 자꾸 여행기가 밀리네요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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