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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를 작성하기 위해 따로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시는 분도 계시는데, 개인적으로는 노트북 없이 카메라로 사진만 찍고 돌아와서 한번에 작성했습니다. 원 게시글은 8편이 하나인데, 사진 업로드 50장 제한으로 나눠서 올립니다. 

 

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7편 [9일차/480km]

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6편 [8일차/400km] 당시에 2016년 여름이었는데, 오버워치 초창기라 신나게 했었네요, 거의 하루나 이틀 단위로 여행기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막 전역한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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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90마일짜리 직선 도로에 들어간 이후

그 도로에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한번도 좌우로 꺾이지 않고 계속 직선도로에요 

이날 밤은 여행 중에 가장 추운 날 중에 하나였어요



간밤에 비가 올까봐 안장에 우비를 씌워놨는데 

우비에 서리가 맺혔어요 


자전거 전체에도 서리가 맺혔어요

여행 중에 가장 추운 날 중에 하나였어요, 밤에 벌벌 떨면서 2시간도 못잔 것 같네요

장비가 전부 얼어버려서 출발 준비 하는데 손이 너무 시려웠습니다. 



간밤에 한 불장난의 잔재에요 

생각보다 불을 많이 지폈는지 재가 많이 쌓였어요 

아침에도 추워서 불을 좀 지피려 했는데 

나무가 다 젖었는지 아침에는 불이 안붙어서 결국 실패했어요 



어젯밤에 7시 쯤 되어서, 주차장이 있다는 표지판을 보고 

좀 더 가려진 곳이나, 벤치라던가... 풀숲이라던가

길가 보다는 좀 더 고상한 캠핑장소를 기대했었는데 

길가 옆에 잡목만 정리해 놓은 허허벌판이었어요



그래서 더 풀숲 안쪽으로 들어가서 찾은 곳이 어제의 야영 장소에요. 

사진에 보이는 가장 큰 유칼립투스 나무 아래서 잤는데 

일어나서 보니 나름 잘 가려져 있는 장소였어요.

옆에 오프로드 트랙이 있어 혹시나 사람들이 오지나 않을까 걱정은 되었지만

밤에 몇몇 사람이 주차장에 왔다가기만 하고 안쪽으로는 들어오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어젯밤에 부지런히 달려서 다음 로드하우스까지는 잠시 달리니 90km밖에 남지 않았네요.

하루 안에 갈 수 있는 거리이긴 하지만 순풍이 없이는 90km를 갈수 없을것 같았어요

전날 서리가 맺힐 정도로 기온이 떨어졌는데 

아침에 구름이 잔뜩 끼어 기온이 느리게 상승해서 

오후가 다 되도록 몸이 계속 삐걱대고 있었거든요

이 날은 물도 많이 부족했어요!

전날 모닥불을 끈다고 무려 3양치의 물을 소모했거든요 

(3양치는 양치 3번을 할 물의 양을 의미합니다.)

물이 1.5리터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이빨은 과감하게 닦지 않았어요.

물을 구걸할 수도 있기는 하지만, 일단은 아껴써야죠



전날 널라버 평원 한가운데에서 왜인지 신호가 잡혔어요

이 곳이 완전 평원이라 신호가 멀리까지 가는 건지 궁금했는데

제가 하룻밤을 보낸 곳 근처에 신호중계소가 있었네요!

호기심 해결 성공했습니다. 



아무리 춥고 배고프고 힘들어도 

마주 오는 차들에게는 반갑게 인사를 해줍니다. 



이날 오전에는 별 이야기도, 사건도 없었어요 

도로는 한번도 꺾이지 않고 계속 직선으로 나아가요 

한~참 멀리에 있는 차량들의 실루엣이 보이고 

아무리 달리고 달려도 제자리에 있는것 같은 풍경이에요



앞을 보아도, 뒤를 보아도. 계속해서 같은 길일 뿐입니다. 

자전거 여행자들이 가장 정신줄을 많이 놓는 구간이라고 해요 

차로 달리면 1시간 반 짜리 직선도로지만

자전거로는 2일짜리 직선도로에요 



좀 변태같은 비유이기는 하지만, 잘 감이 안오신다면 

서울대 윗공대에서부터 논산훈련소 정문까지의 거리가 

148km 정도 되는데, 그 거리를 직선으로 이어주는 도로가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장갑에 구멍이 난 채로 계속 달리고 있으니 

오른쪽 검지만 피부가 걸레짝이 되었어요 

궁여지책으로 매일 테이프를 구멍에 붙여 쓰고 있었습니다. 

얼마 안있으니 어제 휴게소에서 만났던 루마니아 아저씨께서 

지나가면서 저에게 경적을 울리며 인사하셨어요 

자전거로는 한참을 지나간 거리여도 자동차로는 잠깐 페달을 밟으면 지나가는데 

어제 야간에 고생한 일을 생각하니 좀 허탈했습니다. 

순식간에 지나간 일이라, 사진도 동영상도 찍지 못했네요 



마침 점심 때가 되어서 휴게소에 다시 도착했어요 

분홍-회색 앵무들이 휴게소를 어슬렁거리고 있네요 

저 녀석들은 쌍으로 많이 다니고는 합니다. 부부일까요?

한번은 저렇게 두마리가 계속해서 저를 따라다닌 적이 있는데 

이상하게 보고 있으니 부모님 생각이 났었어요 



이 휴게소에는 사람들이 정말 많이 다니나봐요 

쓰레기통에 쓰레기도 많았고, 사람들이 남긴 음식을 찾는

호주참새와 까마귀들이 사람만 보면 서성입니다. 

참새는 아니지만, 이름도 잘 모르겠고, 그냥 흔하니까 

편의상 호주참새라고 부르겠습니다. 



마..! 니 그 빨간 가방 안에 머꼬?

니 혼자만 묵을끼가? 같이 좀 노나 묵자! 



밥을 먹으며 관찰카메라 같은걸 설치해보기로 했어요 



누룽지를 뿌려주며 관객들을 모집하기 시작했어요 

역시 한국의 음식... 누룽지는 호주에서도 먹힙니다. 

한류가 여기까지 뻗어나가다니 감격스러울 따름이에요 


참새들이 포식을 하는 중에 어디선가 까마귀가 날아오더니 

식사시간, 이등병을 헤치는 말년병장처럼

참새들을 가르는 모세의 기적을 행하십니다. 



참새들을 다 치우고는 누룽지를 즐기시는 모습이 

위협적인 동네깡패 같습니다. 



제가 아끼는 스윗칠리 치킨 통조림을 다먹고 

남은 통을 새들 몫으로 주었어요 

이번엔 까마귀들이 한발 늦었습니다.



마! 좀 보소!

예 누룽지 리필좀 팍팍 채워주소 



남은 누룽지를 벅벅 긁어 새들에게 가져다 바칩니다. 

누룽지를 리필해 달라던 경계심 많은 까마귀는

숟가락만 보면 도망갑니다 


설겆이 하러 화장실에 간 사이, 관찰카메라를 설치했습니다. 



마! 그만 좀 처 묵고 아주라! 그리 누룽지가 묵고싶나?



아주라에 위축된 까마귀는 잠시 자리를 피합니다. 



못내 누룽지 리필이 아쉬운가봅니다.



설겆이가 끝나고 돌아오니 

새들이 캔을 가지고 실랑이를 벌이다 카메라를 넘어뜨렸네요



설겆이가 끝나자 마자 다시 짧은 비바람이 몰아칩니다. 

널라버의 날씨는 정말 변덕스러워요. 지붕이 있어서 다행이지만

계속 비가 내리고 역풍이 부니 정말 힘이 빠집니다. 

비가 그칠 때 까지만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어요



표지판에 무슨 총알이 박힌 것 같은 구멍이 뚫려 있어요 

점심 식사가 끝났는데, 아직도 거리는 50km나 남았습니다. 

달릴 거리에 비해 시간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오늘은 야간 라이딩을 또 하게 될것 같았어요 



의욕도 빠지고 너무 지쳐서 

자전거는 그냥 바닥에 던져두고 쉬기로 했어요 



그래도 어째 사람 사는데 항상 안좋은 소식만 있나요

가다 보니 빗물 탱크가 있는 휴게소를 발견했어요!

빗물을 여기저기 흥청망청 쓸 생각에 기분이 좋았어요

정수 알약이 있었기 때문에 여차하면 식수로 쓸 수도 있었구요

여튼... 공공시설물에 낙서를 즐기는건 어느 나라를 가도 똑같은 것 같아요 



사람 사는데 안좋은 소식만 있을 수도 있습니다. 

수도꼭지를 틀었을 때 나오는 최고 수압의 물이에요 물탱크가 텅텅 비었어요



휴게소 지붕에서 모인 빗물을

그대로 저장하는 방식인 것 같은데

비가 계속 내리기는 했지만

계속 가랑비가 내려서 그런지, 누가 먼저 와서 

빗물을 흥청망청 써버렸는지. 빗물탱크는 쓸 수 없었어요



그냥 쉬었다 가는 김에 스프나 한그릇 먹고 가기로 했어요

어차피 오늘 야식은 로드하우스에서 먹을 테니 

잠시 이걸로 허기를 해결했어요

스프는 칼로리는 얼마 안되었지만, 소화도 잘되고 

계속 바람이 불어서 정말 추웠는데, 몸이 사르르 녹으니 기분이 정말 좋았어요



이후로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별로 찍지 못했어요 

이틀 연속으로 해가 나지 않고 흐린 날씨여서 

태양광 충전을 할 기회가 없었어요

카메라 배터리는 바닥이 났고

핸드폰 배터리는 아껴쓰는 중이었죠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비가 또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처럼 지나가는 소나기겠지 하고는 10분을 그냥 달렸더니 

비는 그칠 기미가 안보였어요. 옷과 장비는 흠뻑 젖었습니다.

그제서야 우비를 입으니 비는 바로 그치더라구요... 

장비도 젖고, 옷도 젖고, 해가 질 무렵에 물도 부족했습니다. 

캠핑하기에는 정말 악조건이었어요

반면에 다음 숙소까지는 30km정도가 남은 상태였는데
 
그냥 하루 더 무리해서 숙소에 오늘 저녁 도착하고 

다음날 푹 쉬어주기로 결심했어요



최고 페이스로 쉬지 않고 2시간 정도를 달리니 

겨우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어요 

허벅지는 터질 것 같고, 배는 고프고

머릿속에는 피자, 치킨, 족발 등 온갖 건강에 해로운

고칼로리 귀염둥이들이 자꾸 떠올랐어요 

다음날 쉬지 않으면 박살날 것 같은 몸상태였어요

표지판 하단에는 근처의 관광명소 중 하나인

Caiguna Blowhole이 있다는 표지판이 있어요 

널라버는 거대한 석회암 덩어리라서, 카르스트 지형이 많은데 

그로 인한 지하 동굴도 정말 많아요. 

지하 동굴들은 지상의 몇몇 구멍들과 연결이 되어 있는데 

지상과 지하의 기압이 차이가 나는 경우, 몇 시간에 걸쳐서

구멍들을 통해서 바람이 나오며 기압이 조절됩니다. 

그래서 유명한 곳인데.... 이 저녁에 그곳을 보러 가는건

너무 아까운 짓이죠. 아쉽지만 바로 숙소로 들어갔습니다.


 

사진 업로드 수 제한으로 끊어서 글을 하나 더 올립니다. 휴게소 새들 사진으로 드립 치다가 분량을 다 소모했네요

 

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8.2편 [10~11일차/575km]

원 게시글은 8편이 하나인데, 사진 업로드 50장 제한으로 나눠서 올립니다. 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8.1편 [10~11일차/575km] 여행기를 작성하기 위해 따로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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