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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10편 [13일차/730km]

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9편 [12일차/640km] 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8.2편 [10~11일차/575km] 원 게시글은 8편이 하나인데, 사진 업로드 50장 제한으로 나눠서 올립니다.

hunter-trader.tistory.com

완결은 17편정도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맨날 버거만 먹으니까 질리기도 하고 

오랜만에 생선을 좀 먹고싶어서 피쉬 안 칩스를 시켰더니 

직원이 "아침에 피시 앤 칩스를 먹는다고...? 하면서 

의아해 하더라구요, 저는 그냥 어차피 자전거 타면 든든하게 먹어야 되니까 

피시앤 칩스도 괜찮다고 먹는다고 했습니다. 양이 많기는 많더라구요.

영국에서 공부하는 친구에게 피쉬앤 칩스를 아침에 먹었다고 하니까 되게 놀라더라구요

아침으로 곱창 구워먹는거랑 비슷한건가봐요



어제 숙박을 한 마두라 패스에서부터는 

짧고 가파른 내리막길이에요, 여행 내내 안쓰던 브레이크를 오랜만에 썼습니다. 

바람도 오늘은 완벽한 순풍이 불어주고 있어서 

시작부터 속도가 정말 빨랐어요!



다음 숙소는 114km를 더 가야하는데

이렇게 빠른 바람이 뒤에서 불어주니, 금방 갈 것 같았어요 

그 다음 체크포인트인 Eucla는 서호주와 남호주의 경계에요. 

182km 남았네요



지도상에는 살짝 꺾이는 지점들이 있는걸로 봤는데 

거의 계속해서 직선도로였어요 

바람 방향이랑 함께 나아가고 있어서 좋은 소식이었습니다. 



오버사이즈 파일럿 차량이 마주 오고 있길래 


인사도 해줬습니다. 



근데 이번에는 좀 달랐어요 

파일럿 아저씨가 엄격 근엄 진지한 표정으로 

"도로변에 나가계세요, 지금 당장" 그러시길래

무언가 엄청난게 지나갈 것이라는 기대에 잔뜩 부풀었어요



멀리서 보는데 좀 커보이긴 하더라구요 


오메 


두 차선정도 폭을 가진 무슨 거대한 플라스틱 덩어리를 싣고 가는 트럭이었어요

동영상은 못찍었지만, 저렇게 큰 차량들 같은 경우는

앞에 경찰 호송차량도 같이 붙는 것 같아요!

태권브이 어깨 부품같은거라도 되는걸까요 

저런 차량 두대가 서로 마주보면 어떻게 지나가는건지 궁금해졌어요


다음 휴게소까지는 순식간에 도착했어요 

시속 30km는 넘는 것 같아요, 이렇게 빠른건 처음이었거든요 

저는 여행할때는 자전거에 속도계를 달지는 않아서 

정확한 속도는 모르겠어요 

속도계를 달고 다니면, 사람이 속도의 노예가 되는 기분이 들어요

"왜 속도가 이것밖에 안나지? 더 무리해서 달려야겠다"

이런 생각이 자꾸 들면서, 페이스가 무너지기도 하구요

처음 국토종주를 갈 때는 속도계를 달고 다녔어요,

그런데 저는 분명 여행 중 가는 길을 즐기기 위해

자전거를 선택한건데, 자동차를 타는 여행보다도 못하게

거리를 좁히려는 마음에만 차서 욕심을 내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그 뒤로는 속도계를 쓰지 않습니다. 



나름 관리가 잘 된 휴게소더라구요 

날씨만 좋았다면, 이런 곳에서 캠핑을 하면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겨울은 너무 춥네요 

저도 이 곳에 오기 전에 참고삼아서 여행기를 많이 읽었는데 

여행기를 쓰신 분들이 여기서 하룻밤을 보내고 가셨더라구요 

선배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느낌이랄까요, 신기했어요 



널라버 휴게실은 물이 아주 부족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산 속에 있는 절수 화장실처럼 되어있어요 

화장실이 없다면 어쩔 수 없이 야외에서 거시기 해야 하지만

저도 문화인이기 때문에, 간혹 나오는 화장실이 있다면

굳이 밖에서 거시기 하지 않고 안에서 한답니다. 


널라버는 이렇게 평원이 계속 반복되는 풍경이에요 

지루하다고 생각하면 지루하지만, 전 이걸 보러 여기에 왔어요

땅 위의 망망대해에 있는 기분이에요 

가끔 노변에 자전거를 대고 주저 앉아서 하늘을 보고 있으면

이 넓은 세상에 저 혼자밖에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외롭다면 외롭지만, 서울에서는 혼자 있기 위해서는 

방이라거나, 어딘가에 들어가 있어야 하잖아요 

그것도 사실 혼자 있는게 아니죠, 누구든지 나를 부를 수 있고 

핸드폰과 인터넷은 항상 켜져있으니까요

저 탁 트인 평원 한가운데서, 전화 신호도 잡히지 않고 

굳이 좁은 방 안에 들어가 있지 않더라도 

혼자가 될수 있다는건 정말 멋진 경험인 것 같아요! 



몇일 전에 GRID라는 경고문이 있은 뒤에

간격이 엄청 넓은 철망? 같은게 나와서 

굉장히 당황한적이 있었어요. 그때는 당황해서 사진을 못찍었는데

이번에는 찍었어요 



GRID 표지판 뒤에는 저렇게 주의표지? 같은것이 있고 



그 사이에는 사이 간격이 엄청 넓은... 음

우리나라의 하수구 덮개 있잖아요 

그거의 거인 버전 같은게 바닥에 깔려있어요 

좌측 하단에 끼어서... 생을 마감한 캥거루도 있을정도로 

폭이 정말 넓어요. 자전거 바퀴도 가로로 2개는 들어가겠더라구요

자전거 운전 잘못하다가는 사고나겠구나 싶더라구요! 

널라버를 지나면서 딱 2개를 봤는데

저 철망의 용도가 뭔지 모르겠어요, 아직도 궁금해요



흔하지 않은 일인데 이날은 이걸 찍었네요 

로드트레인이 2대가 동시에 지나가는 건 정말 위험해요 

앞에 로드트레인이 있으면 무조건 사이드미러를 보고 

뒤에 다른 챠랑, 특히 로드트레인이 있다면 

무조건 길가에 내려야 해요 

제가 내려주지 않는다면, 누군가는 꼭 다치게 돼요




자전거 뒤에서 엔진 소리가 계속 가까워지길래 뒤를 돌았더니

멋진 바이커 아저씨가 제 옆에 붙어서 인사를 하셨어요



널라버에서 뒷 칸에 강아지를 태우고 계시네요! 

보더 빌리지까지 가신대요! 서호주와 남호주의 경계에서 

농축산 검역소가 있는데, 거기에 볼일이 있으시다네요 



"고만좀 짖어!"

자전거 타는 낯선이는 처음봤을거에요 

뒷좌석의 개가 열심히 짖었어요 



Ceduna까지 간다고 했더니

한참 남았다며, 힘내라고 하시네요 



여행하는 당시에는 차량 옆에 뭐라고 써 있는지를 못봤는데

동영상을 다시 돌려 보면서 알았어요 

호주 참전용사 분들의 고향을 들리면서 

그 곳의 기념비를 모두 방문하고, 가는 곳 마다 깃발을 세우시는

그런 여정을 하고 계시더라구요! 

여행기를 찾아보니 페이스북 페이지? 같은것도 있으세요
https://www.facebook.com/events/1615849292070417/

당시 여행을 출발하신지 얼마 되지 않아 저를 만나셨나봐요

호주에는 크고 작은 도시마다 전부 참전용사 기념비가 있는데

우리나라에 비해서 참전 군인들에 대한 대우가 훨씬 좋은 것 같아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의 

참전용사님들 생각하니 가슴이 좀 아팠어요 



오토바이 뒤에는 강아지가 들어가있을 수 있는

작은 함에 Bitches Box라고 써있는데, 우리말로 하면 

"개새끼 타는 칸" 정도겠죠? 가다가 빵 터졌어요 



황량한 널라버에도 꽃이 피니 정말 예뻐요

꽃들이 대부분 작고 아담해요! 



점심을 먹을 때 쯤 이미 거리는 50km정도 밖에 안남았어요 

오전에 70km를 달리는 이런 대 기록을

바람 덕분에 세우고, 여유롭게 점심을 먹기로 했어요 



러셀 아저씨가 주고 간 참치마요 통조림이랑

낮에 남긴 피쉬앤 칩스의 감자칩이에요

의외로 궁합이 잘 맞았다는...!

아무리 순풍이어도 바람이 워낙 거세게 지속적으로 부니까

꽤나 힘들더라구요 

바람을 피할 곳을 찾기 힘들어서, 수풀과 수풀 사이의 공간에 

몸을 구겨넣고 밥을 먹었습니다. 체할 것 같았어요 



사실 오늘이 제 널라버 여정 중에 가장 기대되는 날이었어요

사진은 널라버의 유명한 Shoe Tree에요! 이걸 보는 날이거든요

누군가 하나 둘 씩 죽은 나무에 신발을 걸어놓기 시작하면서 

나무에 신발이 주렁주렁 열리는 기이한.. 그런 거에요

이거 자체를 보고 싶었다기 보다는 



친구를 주려고 가져온 신발이 있었거든요!

버리는 슬리퍼 한짝인데, 거기에 친구 이름을 새겨놓았어요 

이걸 걸어놓고 오고 싶었거든요

원래 이 친구와 같이 호주 횡단을 하기로 했었어요

고등학교를 같이 졸업하면서

이런 정신나간 짓을 같이 하자고 마음을 먹은 친구거든요

제주도 횡단, 국토종주도 같이 했고 

호주 종주도 같이 가기로 한 친구였어요 

전역하기 직전에 같이 연습을 해보자고 국토종주를 갔는데 

걱정하던 무릎 부상이 계속 발목을 잡아서 

결국 호주 종주는 못하고 , 그냥 여행만 갔다온 다음에 

친구는 다시 입대를 했어요. 여행 때문에 기다린 이유도 있을텐데

친구에게 미안해서 일종의 선물을 주고 싶었거든요



신발 나무는 주기적으로 신발을 수거를 해가는건지, 

아니면 제가 못 본건지 모르겠는데 

제가 갔을 때는 이 작은 나무밖에 없었어요 

사진을 보니 또 여러 나무가 있는 것 같더라구요

계속해서 나무가 바뀌는건가봐요 



드디어 이걸 하려고 한국에서 가져온 

슬리퍼를 꺼내요 



제가 이걸 여기까지 가져왔다는 인증을 하고 



나무에 신발을 걸어놨어요 



여기다 니 이름 적어놨으니까 

와서 가져가라 하고, 친구의 도전심을 자극하는 사진도 보내요 



큰 숙제를 마무리 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오며가며 이제 사람들이 신발을 더 걸게 되면

저기도 주렁주렁 신발들이 열리겠죠?



오늘은 계속 비슷한 지형이에요

도로 왼쪽인 북쪽으로는 작은 절벽이 계속 이어져요 



앞으로는 계속 평원이에요 



도로 오른쪽인 남쪽으로는 

어제 마두라 패스에서 보았던 그 넓은 평원이 계속 이어져요 



여기저기 노란 꽃도 계속 보이네요 



이렇게 밝을 때 숙소에 도착한 건 처음이에요

혹시 체크인 시작 전에 도착하는건 아니겟지? 하고 

걱정하기도 했는데, 기우였어요 

3시에 도착했네요! 오늘은 숙소에서 좀 편하게 오래 쉴 수 있겠어요

이곳도 따로 Budget Room이 없어서

90달러인가 100달러 정도를 냈던 것 같아요

사실 좀 더 간다면 오늘 다음 숙소까지 갈 수도 있겟다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바람이 워낙 빨랐거든요. 

그래도 나름 100km를 넘게 달려왔다고 

다리도 아프고, 몸이 무거워서 숙소에서 자기로 했어요 



이전에 여행하신 분 들 사진을 보니 

원래는 FUEL 4글자가 다 있었는데, 어느새 UEL이 되었네요 

방값을 내고 자전거를 정리하고 있으니

관광버스 한대가 정차했어요.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더니 

저를 동물원의 희귀동물 보시는 것 마냥 관찰하십니다. 

한쪽은 관광버스로 여행하는데 누구는 자전거를 타고 있으니 

신기할 것 같긴 해요 ㅋㅋ



버스 기사님이 내리시더니 

어디까지 가느냐, 어디서 왔느냐 이것저것 물어보십니다. 

바람도 순풍인데 더 가지 그래?

하며 제 마음을 흔드시더라구요 

하지만 오늘은 여기서 자기로 했어요 



휴게소의 오래된 깃발이 찢어져서 

원래 국기의 5% 정도만 남아있는 것 같아요!

바람이 워낙 세서 그런지, 저것밖에 없어도 펄럭이더라구요



숙소가 넓기도 해서, 자전거도 서리 맞지 말라고 

실내로 들여왔어요.

진열장 같은게 있길래 거기에 이것저것 물건들도 진열해 보았구요



이제 내일이면 서호주/남호주 경계를 넘어가요 

저 신발을 걸어놓지 못하고 한국에 돌아갈까봐 정말 걱정했는데

그래도 숙제를 마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어요 

다음편은 일요일에 써서 올릴 것 같아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12편 [15일차/92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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