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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8.2편 [10~11일차/575km]

원 게시글은 8편이 하나인데, 사진 업로드 50장 제한으로 나눠서 올립니다. 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8.1편 [10~11일차/575km] 여행기를 작성하기 위해 따로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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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달린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아서 분량이 아주 부실해요

이날 아침은 바람도 많이 불고 흐린 날이었어요

다행히 비까지 오는 날씨는 아니어서 다행이에요 

일어나서 아침을 먹으러 가니, 전날 먹을것을 챙겨준 러셀 아저씨는 이미 길을 떠났고

반대방향으로 가는 크리스 아저씨와는 짧은 작별을 했습니다. 

앞으로 가는 동안 바람 방향에 따라서

누군가는 쌩쌩 달리고, 누군가는 고통스러운 역풍과 싸우겠죠

크리스 아저씨는 아침으로 작은 토스트 하나만 챙기고 길을 떠났어요 

저는 식당에 들어가서 든든한 햄버거를 하나 먹고 

카운터를 보고 있는 Kaz 아주머니, 그리고 

모건 프리먼 닮은 애보리진 셰프 아저씨와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거기서 연속으로 6끼를 해결하니 셰프 아저씨와도 안면을 텄어요 

나가는 길에 Pete 아저씨는, 나중에 오면 또 같이 좆되보자며 ("Let's get Fucked Up again!")

이 먼곳에 한번 더 찾아오라고 하시네요 



카이쥬나 휴게소를 나가자 마자 

시간대 변경 표지판이 있었어요 

벌써 시차가 생길 만큼의 거리를 왔다니 신기했어요 

시계를 45분만큼 전진해 이젠 한국과 비슷한 시간이 되었어요



가다보면 종종 캠핑카 뒤에 자전거를 싣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런걸 볼 때마다, 저건 반칙이지....! 라는 생각부터  태워달라고 하고싶다... 나도 운전 잘하는데

등등 온갖 생각이 다 듭니다. 



오늘은 가야할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아요 

65km만 가면 다음 숙소이기 때문에, 쉬엄쉬엄 달리기로 했어요 

2일의 휴식 후에 짧은 하루의 일과가 기다리니 행복했어요

오늘은 밤늦게까지 달리지 않아도 실내취침은 보장이니까요



여기저기 야생동물을 조심하라는 표지판이 있는데 

저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나봅니다. 

크리스 아저씨는 오면서 캥거루를 수백마리를 봤다고 해요 

저는 시체만 수백마리 본 것 같아요 



나날이 로드킬 카운트만 점점 올라갑니다. 

자는 것 같았는데, 혹시 깨우면 일어났을까요...?



바람이라는걸 동영상으로나, 사진으로나 담기는 정말 힘들어요

긴 풀이 휘어지는 것 말고는 바람을 담을 수가 없네요 

크리스 아저씨는 오늘부터는 바람이 서풍이 불거라며

너는 순풍 받아서 좋겠다~ 그랬는데 

이날은 하루종일 강한 북풍이 불었어요 

저는 북동쪽으로 가고 있어서 완전한 역풍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버거운 바람이었어요. 바람 방향이 틀어지면

강한 바람이 저를 갓길에서 도로로 내팽겨치고는 했어요 

그럴때마다 깜짝 놀랐어요... 뒤에 로드트레인이라도 왔다면..!



이곳도 만만치 않은 평원이에요 

언덕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바람을 막는 것이 어느것도 없기 때문에

널라버의 바람은 정말 강해요. 바람이 많이불면 그래도 장점은, 엉덩이에 땀이 덜 찹니다. 

이때 땀띠가 점점 심해져서 정말 따가웠거든요



이날은 감기가 걸렸는지, 자꾸 콧물이 찔찔 나오더라구요

자주 자전거를 세우고 코를 풀었어요 

그러다 차량들이 슁~ 하고 지나가면 여분으로 챙겨온

티슈들이 꽃처럼 막 날아다닙니다. 



자전거에 작은 문제도 생겼어요 

아침에 출발하면서 짐을 실은 자전거를 무른 땅에 대어놨더니 

무게에 자전거가 밀리면서 옆으로 꽈당! 하고 넘어졌어요 

그 때문에 브레이크 손잡이가 안쪽으로 휘었습니다. 

손잡이가 휘면서 브레이크 장력에 변화가 생기지는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별 문제는 없었어요 한국 와서 망치로 한대 꽝 치니까 교정되더라구요



바람이 계속해서 불어주니 배가 금방 꺼집니다. 

밥을 먹으려고 하는데, 주변이 전부 평원 뿐이에요 



앞을 보아도 뒤를 보아도, 밥 먹을데라고는 보이지가 않아요 

바람이 거세게 불어서 어디선가는 바람을 막아줘야 하는데 

바람을 가려줄 큰 나무도, 언덕도 없었어요 

휴게소를 찾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가스불을 켤 수 있는 어딘가를 찾아야 했어요



겨우 찾은 장소는 이 작은 덤불 앞이에요 

정말 낮은 덤불이지만, 의외로 바람을 잘 막아주어서 

포근하기도 하고, 밥도 잘 되었습니다. 

이전까지는 바닥에 주저앉아서 밥을 먹곤 했는데 

여행을 좀 하다보니 생활의 지혜가 좀 생겼어요 

매트를 잠시 빼서 깔고 앉으면, 엉덩이, 무릎, 허리, 전신이 편안하더라구요



요즘이 우기라서 그런지, 널라버에도 꽃이 많이 피었어요 

노랗고 작은 들꽃 앞에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이런 삭막한 평원에 핀 꽃은 정말 예쁜 것 같아요 



점심을 먹고서도 역풍은 계속되었어요 

바람이 계속 부니 체온도 빨리 떨어지니 머리가 아팠어요

속도가 안나는건 덤이었구요 

하지만 오늘은 60km만 가면 되니, 조바심은 나지 않았어요 

"좀 힘들때 걷지 뭐"하는 생각으로 자전거에서 내려서 

걸어가고 있었어요 



걸어가다 보니 차량 한대가 길가에 차를 세우고 

저를 향해 후진하기 시작했어요 

걷고 있는 자전거 여행자가 불쌍해 보였을까요 



자전거에서 내려서 걷고 있으니, 혹시 펑크가 난건 아닌지

걱정해서 잠시 멈췄다고 하시네요 

물은 충분하냐, 어디까지 가느냐 등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고는 다시 갈길을 가셨습니다. 

정말 친절한 분들이 많으셔서 교통사고만 아니면 죽지는 않겠구나 하며 안심이 되었어요 



계속 평원은 이어져요, 정말 지루한 날이었어요 

역풍으로 속도도 느려지는데다,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또 내려서 걷고 있으니 이번에는 다른 아저씨가 차를 세우셔요

사진은 찍지 못했어요 ㅠ 

멋진 모터바이크를 버스 뒤에 달고 가시던 분이었는데, 

또 물은 많냐, 펑크난건 아니냐, 먹을건 많으냐 

이것저것 물어봐 주십니다. 

본인의 친구가 캐나다에서 칠레까지 자전거로 여행중인데

지금 멕시코 즈음 가있을거라며

자전거 여행하는 친구가 생각나서 잠시 멈췄다고 하시네요 

1400km만 여행하는 저는 잠시 꼬꼬마가 되었어요 



계속해서 역풍이 부니, 지쳐서 머리를 자꾸 위아래로 흔듭니다. 

동영상 캡쳐를 할 수가 없네요;; 나약한놈 같으니라고 



역풍때문에 칼로리가 금방 빠집니다. 

어제 러셀 아저씨가 주신 바나나를 까먹기로 했어요 

속이 든-든 합니다. 

간식은 열심히 먹으면 칼로리도 올라가고 

짐의 무게도 줄어들어요. 열심히 먹어야 합니다. 



이 휴게소의 쓰레기통은 

마피아가 총이라도 난사하고 지나갔는지 

구멍이 숭숭 뚫려있어요 

저번에 카이쥬나 50km 표지판에도 비슷한 구멍이 있었는데 

왜 저런 구멍이 생기는 건지, 궁금해요 



이 사진은 왜 찍었는지 모르겠어요 

자전거 뒤에 반사가 잘 되라고 야광 테이프를 사서 붙였는데 

사진을 찍은 사람의 의도를 모르겠습니다. 



가다 보니 신호중계기가 보였어요 

평소 같으면 관심도 안가지고 그냥 갔겠지만

오늘은 60km만 가면 되는 날이라, 시간도 남아서 

한번 뭐 하는 곳인지 들어가 보기로 했어요 

모험심이 막 자극되었습니다. 



이 먼 곳까지 전기를 끌어오지는 못하니

태양광 발전기로 자체 전력을 유지하고 있었어요 

놀라운건 이 통신탑 꼭대기에도 새집이 있었어요 

누구네 집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근방 60km에서 

제일 전망이 좋은 집일 것 같아요 



이 지역을 통과할시 아주 무시무시한 형벌을 받을것이라는 경고문이 써있네요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ㅠ 

정면에 크게 써있는 HAZCHEM이라는 글씨는 처음에는 무슨 독일어인가 싶었어요

찾아보니 위험한 화학물질에 대한 경고문이었어요 



기지국 안의 멋진 모험의 기회가 사라져서 

터덜터덜 자전거로 다시 돌아왔어요 



하루에 100km 씩 달리다가, 60km만 가면 되니

숙소에는 정말 금방 도착한 기분이었어요! 

저녁시간이 되기도 전에 숙소에 가까워지다니 아주 뿌듯했어요



멀리서 로드하우스의 빨간 지붕이 보여요 



로드하우스 옆에 자전거를 주차합니다. 

이곳은 제가 왔다 간 숙소 중에 2번째로 가장 창렬인 숙소였어요 

하루 숙박비가 무려 120달러, 10만원에 육박하는 금액이에요 

아무리 호주 오지에서 숙박을 제공하는 대가라지만

10만원이면... BBQ에서 후라이드 치킨을 6마리를 시키고는

배달부 아죠씨에게 더운 날씨에 카페라떼나 한잔 사드시라고 

4천원이나 드릴 수 있는 금액이에요 

혹시 Budget Room은 없냐고 물어보니

너는 그돈도 없으며 여길 왜 왔냐는 듯이 찌푸리며 120달러가 제일 싼 방이라고 하네요 

이전 발라도니아, 카이쥬나의 친절한 직원들과는 완전 딴판이었어요, 햄버거 맛도 그닥... 

그래도 부모님께서는 120달러 괜찮으니까

그 돈내고 따뜻한 곳에서 자라며, 숙소를 잡으라고 하셨어요 

그래도 제일 비싼 방이니 뭔가 좀 다르겠지 했는데 



틀기만 해도 바로 따뜻해 질 것 같은 거대한 전열기구에요



3D영화를 봐도 손색없을 와이드 스크린

무려 3개의 위성 채널 제공



비대칭의 미학, 멋진 노란 장롱

카이쥬나에서 묵은 80달러짜리 Budget Room보다 못했어요



유일한 장점이라면, 밀크티 먹으라고 우유를 1팩이나 준다는 것이에요 

신선한 우유는 정말 여기서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반팩은 그냥 생으로 벌컥벌컥 마시고 



나머지는 데자와를 해먹었어요

설탕을 어지간히 넣지 않으면 데자와 맛이 안나더라구요



옆 방에는 다른 투숙객이 들어오셨어요 

저와는 반대 방향에서 오신 여행객들이에요 

보통은 자전거 여행자를 보면, 어디서 왔냐, 하루에 얼마나 가냐

멋지다, 대단하다, 미친놈 등등 감탄을 하시는데 

이분들은 제가 에스페란스에서 1주 좀 더걸려서 왔다고 하니 

어? 우리 거기 내일이면 가는데ㅋㅋ 부럽지? 뒤에탈래?

하며 저를 잔뜩 놀리십니다 ㅋㅋ 유쾌하신 분들이에요 



옆방 아주머니가 석양을 찍으시길래 

저도 석양을 한번 찍어봤는데, 역시 사진고자 답게 

초점이 아주 훌륭한 사진을 찍었습니다. 

보통은 해가 질 즈음에는 저녁을 먹거나

부리나케 달리고 있거나, 조급히 텐트를 치고 있는데 

오늘은 거리가 짧으니 여유로워, 석양을 보네요 



누군가 휴게소에 귀여운 개찡을 데려오셨어요 

초점.. 초점.. 항상 아쉽습니다. 

주인이 있던 개라 마구 찍지 못한게 아쉬워요 



오늘은.. 분량이 너무 창렬이라 죄송해요 ㅠ 

짧게 달리니 쓸게 별로 없네요 

곧 다음편도 올려드릴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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