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12편 [15일차/925km]

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11편 [14일차/850km] 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10편 [13일차/730km] 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9편 [12일차/640km] 호주 널라버 평원 14..

hunter-trader.tistory.com


어젯밤에는 조금 일찍 숙소에 도착해서 거리를 조금더 좁힐까? 하고 잠시 망설였었어요 

그런데 어젯 밤에 비가 온 걸 보니, 숙소에서 자길 잘 했나봐요 



보더빌리지 휴게소의 명물인 거대 캥거루 조각상이에요 

호주에서만 파는 Vegemite라는 이상한 잼을 들고 있는데 

야채잼이래요.. 맛은 아주 상하다 만 된장같아서 

변태같은 팬 층을 보유하고 있어요 



출발하자마자 비가 오락가락 오지만

비가 올 때의 장점은, 무지개를 볼 수 있다는거!

우비를 입으면 그치고, 벗으면 비오고 가랑비가 계속해서 내렸어요 



오늘부터 100km 정도는 계속해서 해안가를 따라서 달려요

Bunda Cliffs 라고 유명한 해안 절벽이 있는 곳이에요 



멋잇는 절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들이 군데군데 있어요 

원래는 다른 곳도 많았지만

지금 들어가도 안전한 곳은 4군데 정도에요

나머지도 들어갈 수는 있지만, 절벽이 계속해서 침식되고 있고

끝자락이 무너질 위험이 있어서 권장하지 않는다고 해요 



에.. 여기는 좀 별로였어요 

이쁘긴 하지만, 이거보다 더 웅장한 데가 있거든요. 



여행 초기에는 붉은색 흙과 황량한 숲, 그리고 파란 하늘이었다면

널라버 국립공원 안에서는 더 초롱초롱한 풍경이에요 

참고로, 제가 여행하는 1200km 구간을 널라버 라고 부르지만

사실 널라버 안에도 널라버 국립공원은 따로 있어요!

오늘부터 가는 구간이 널라버 국립공원이에요 



남호주에는 이렇게 달린 거리 만큼

매 km마다 숫자가 올라가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어요 

몇 km 남았는지 매번 GPS를 볼 필요가 없어졌어요 

저 숫자가 480정도? 될 때 까지 달려야 해요



이곳은 단점이라면 큰 수목이 별로 없어요 

적절한 순풍이 계속 불고 있었는데, 바람을 피할데가 없어서 

식사할 곳을 찾기가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앉은 키 정도 되는 덤불 안으로 들어갔어요 



라비올리 통조림 하나랑, 참치 통조림 하나 먹었어요 

오늘은 불 지피기도 귀찮고... 설겆이도 귀찮아서 

그냥 찬밥을 먹었습니다. 



덤불 주변에는 작은 연분홍색 꽃과



조개껍질들이 있었어요 

널라버는 원래는 바닷속에 잠겨 있었는데

아주 오래 전에 지각 변동을 한번 겪어서 물 위로 올라왔대요

얼마 전에 올라왔는지는 모르겠어요ㅠ

위키피디아에서는 중신세(2500~500만년 전)쯤에 

지각 변동이 있었다는데 이 조개껍질들이 수백만년 된 건 아니겟죠...!!?



문과생이라 죄송합니다... 잘 모르겠어요 

어쨋든 확실한건 엄청 오래 된 녀석들이라는 거에요 



조개껍질 안에 이끼가 낀게 정말 예뻤는데 

이건 가져간다고 해서 제가 간직할 수가 없겠죠?

아쉽지만 사진만 찍고 돌아왔어요 



국립공원에 진입한 이후로는 바다를 끼고 달리게 됬어요 

엄청나게 큰 제주도를 도는 기분이에요 



점심먹고 쓰레기를 버리려고 근처 휴게소에 들어왔어요 

따로 전망대 표지가 없는데도 어떤 젊은 커플이

절벽쪽으로 다가가는걸 보고 호기심에 접근해 봤어요 



식생 복구중이니 들어가지 말라는 표지판이 있어요 

차량 통제용 말뚝인것 같아요



멀리서 보니 무슨 전문 연구원들 같아 보였어요 

별로 커플처럼 보이지는 않아서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바람이 강하게 부는 해안절벽에서 

무슨 드론으로 사진을 찍으러 여기까지 왔더라구요 

VR장비까지 이용해서 사진을 찍는다는데

연구자들은 아니고 그냥 사진찍으러 왔대요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 하며 서로 감탄했어요 ㅋㅋ



이 아저씨는 저를 처다보지도 않으셔서 

옆에 계시는 여성분이랑만 얘기할 수 있었어요 



길도 아닌데 여기까지 와서 사진을 찍으려는 이유는

알 수 있겠어요, 아까 공식 전망대보다 풍경이 더 좋습니다.


그 다음 전망대까지는 금방 도착할 수 있었어요 



이 곳은 경치도 예쁘고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상하게 가족단위 관광객이 자주 보여요 

보통은 나이드신 노부부 분들이 제일 많으신데 말이에요 



멋진 해안절벽이 점점 더 잘 보이는 것 같아요 



바닥에 핀 염생식물의 꽃이 보라색으로 예뻐서 찍어보았어요



날씨가 정말 변덕스러운 날이에요 

비가 한두방울 내리길래 잠시 쉬었다 갈 겸 해서 

옆에 있는 휴게소에 바로 들어갔더니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 처럼 비가 내렸어요 



크게 젖을 뻔 했는데 바로 휴게소가 있어서 

운이 정말 좋았어요 

한국이었으면 로또 사는건데...!



계속해서 이렇게 비가 오니 

널라버 어느 곳 보다도 꽃이 많이 피었어요 



활짝 핀 크고 예쁜 꽃들도 좋지만

황량한 널라버에서 보는 작은 꽃들도 정말 예쁜 것 같아요 



오늘은 해가 지려면 아직 남았지만, 벌써 100km나 달렸어요 

다음 휴게소인 널라버 로드하우스는 좌우로 

180km, 140km씩 휴게소가 없이 보급이 정말 어려운 지역이에요 

그래서 널라버 로드하우스까지 예정보다 하루를 더 쉬게 된다면

비행기표까지는 시간 여유가 하루도 없이 촉박한 일정인데 

오늘 순풍이 불어서 시간이 부족할 가능성은 줄었어요 

여정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해도 어느정도 남았겠다, 오늘은 그냥 

좋은 자리 있으면 거기서 자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여유 있게 남은 거리를 좀 더 달리기로 했어요 

내일은 순풍이 끝나는 날이니, 오늘 거리를 좀 좁히고 싶었어요



널라버 국립공원 해안절벽의 마지막 전망대에 도착했어요 

아까 내린 소나기 때문에 도로가 진흙탕이 되어서 

자전거가 흙범벅이 되었습니다 ㅠㅠ 


전망대에 가있으니 어느 노부부 한분이 오셨어요 



자전거를 타고 여기까지 왔다고 하니

대단하다고 칭찬을 해주셨어요. 뿌듯...



저랑은 반대방향에서 오신 분들이에요 

할머니께서 자기 아들들은 집에 죽치고 앉아서 쉬는것만 좋아한다고 

저처럼 이렇게 도전을 하러 다녔으면 좋겠다면서 

아들들 자극 좀 받으라고 제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셨어요 

유명인이 된 기분이었습니다...ㅎㅎ



들렀던 전망대 중에 가장 풍경이 멋졌어요 

가끔 절벽 아래에 고래도 있다는데, 고래는 못 봤어요ㅠ 

해질녘이라 색깔도 정말 예쁘게 나왔네요 

호주의 멜버른 근교에는 Great Ocean Road라는 관광지가 있는데 

거기는 그냥 Ocean Road로 개명하고, 여기에 그 이름을

넘겨줘야 할 것 같아요 



노란 들꽃도 여기저기 피었어요 



이런건 정말 눈살찌푸려져요 

이 아름다운곳에 와서, 이 외진 곳 까지 와서 

스프레이 페인트로 안내문에 저렇게 칠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짓을 하는 걸까요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많은 날이었어요 

이제는 잘 곳을 찾아야 해요. 자고자 하는 의지는 넘쳤지만

주변이 전부 높이가 낮은 수풀정도라서

텐트를 칠 곳을 도저히 못 찾겠더라구요 



정말로 전부 이런 곳 뿐이라, 바람을 피하거나 

도로로부터 몸을 숨길 수 있는 잠자리가 없었어요 



저와는 반대방향에서 온 아저씨 부부가 계셔서 

혹시 오는 길에 주차장 같은걸 본적 있으시냐고 여쭤봤어요



오던 길에 5km 정도 가면, 휴게소가 있다고 

조금만 더 가보라고 하시네요 

자전거 여행자라면 5km라는 수치는 꽤나 정확하지만 

사실 자동차를 타면 5km는 금방금방 지나가는 거리기 때문에 

10km 넘는 거리에 휴게소가 있으면 어쩌나.. ㅠ

고민이 계속 들었지만, 한번 믿어보기로 했어요 



아주머님께서는 추우니까 오늘 조심하라며 격려를 해주시네요 



해는 아직 지지 않았지만

곧 비가 내릴 것 같아서 빨리 텐트를 쳐야 했어요 



다행히 7km를 더 가서 휴게소를 찾았어요! 

오랜만에 보는 나무덤불이네요

텐트정도는 딱 들어갈 공간을 찾았어요 

운전자 아저씨의 생각보다 정확한 거리감각에 놀랐습니다...!



저 말고도 이전에 왔다 간 사람이 있나봐요 

누군가 모아놓은 땔감과 모닥불이 있어요 



텐트를 바닥에 깔아놓기는 했는데 

바람 방향이 자꾸 바뀌어서 텐트를 수풀의 어느 방향에 설치할지

계속 고민하고 옮기느라 시간이 걸렸어요 



결국에는 똑같은 자리로 왔는데 ㅠ 이미 해는 져버렸습니다.



바람이 불어서 넘어질까 싶어서 

자전거는 그냥 바닥에 눕혀놓았어요 



저녁도 라비올리 통조림이에요 

통조림을 좀 아낄 심산으로, 밥을 지어서 라비올리와 비벼먹었어요

내일 아침은 남은 라비올리와 또 밥... ㅋㅋ 



정리도 귀찮아요 이제는

말년병장의 마음가짐을 되새기며 대충 살기로 합니다.



자는 동안 불 꺼트리지 말라고 

파이리씨를 불침번으로 세워놓고 잠을 자기로 했어요 

이전에는 밤에 불이 날까봐 무서워서 불을 끄고 잤는데 

이제는 좀... 숙련되었는지 겁대가리를 상실한건지 

그냥 불을 켜고 자기 시작했어요 

불을 켜놓으면 자는 동안 좀 더 따뜻하답니다.



여행 처음에는 그믐달이었는데, 여행이 끝나려고 하니 

달이 점점 밝아지고 있어요 

텐트 안에 달빛이 꽉 차서, 따로 손전등을 쓰지 않았어요



목적지까지도 얼마 남지 않았어요

식량도 점점 줄어들고, 영양제, 간식도 바닥을 보이네요 

이제 거의 다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한켠으로 뿌듯하고 

얼마 남지 않은 여정에 무슨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는 밤이었어요 

다음 편에 다시 뵐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길을 건너는 캥거루를 처음으로 카메라에 잡았지만

... 저는 크게 보였는데 카메라는 역시 작게 잡히네요 

 

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14편 [17일차/1125km]

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13편 [16일차/1045km] 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12편 [15일차/925km] 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11편 [14일차/850km] 호주 널라버 평원..

hunter-trader.tistory.com

 

728x90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