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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15편 [18-19일차/1250km]

이 때쯤 부터 액션캠 메모리 용량이 꽉차서, 영상캡쳐본이 없습니다. 당시 64GB 정도 가져갔었는데 부족했네요. 다만 용량도 용량이지만 좀 더 초점이나 렌즈를 잘 닦고 다녔으면 하는 아쉬움이

hunter-trader.tistory.com


여행기 마지막 편입니다. 


처음에는 시두나는 너무 멀어서 목적지에 표시되지도 않았는데

이제 151km 밖에 안남았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이제 이 지긋지긋한 길도 한국에 돌아가면

또 나름 그리워 질 것 같아요 



배는 안고프지만, 남은 스프도 깔끔히 없애기 위해 

간식도 좀 챙겨먹구요 



점점 양떼도 여기저기 보이는게

사람 사는 곳으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 



여행 내내 고장없이 잘 달리던 자전거가 

첫 번째 고장을 냈습니다. 

1400km를 고장없이 달린것도 대단하죠 

가벼운 변속불량입니다. 체인이 톱니바퀴 사이에 걸렸네요



널라버에서 봤던 표지판 중에 가장 무서웠던

마약 운전자 단속 표지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음주운전을 하지 맙시다. 



페농은 금방 도착했어요 

이날 달릴 거리는 80km가 채 되지 않았거든요



시내에 들어서면 속도를 줄이라는, 오랜만에 보는 

감격적인 표지판입니다. 


작은 마을에 여러 풍차가 세워져 있는게

나름의 관광 포인트인 곳이에요

사실 그것 보다는 널라버 동쪽의 전초기지로 더 유명하지만...



뒤를 돌아보니, 노스맨까지는 1100km라는 표지판이 있습니다. 

내가 저만큼을 달려왔나 믿기지 않기도 하고 

어안이 벙벙하네요


사실 페농부터는 사람이 살고 있는 지역이긴 합니다.

초등학교도 있고, 우체국도 있고, 주유소도 있고 

하지만 널라버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다음 도시인 시두나 까지 가야합니다.



페농에 도착해서 캐러밴파크의 온 사이트 밴을 빌렸어요 

아주 저렴한 가격에 이때까지의 숙소보다 열배는 좋은 시설

눈물이 나려고 했습니다. 

온사이트 밴은 캐러밴파크에 캐러밴만 주차를 해놓고 

일종의 숙소처럼 개조를 한 형태에요 



교양있게 텔레비젼도 보고, 설거지도 좀 하고 

근처 로드하우스에서 스파클링워터와 초코셰이크도 사서 

사치도 좀 부려보았습니다. 



장갑은 다 해져서 걸레짝이 되었습니다. 

이녀석은 이곳에 버리고 갈 거에요

지금 내 허벅지 속도 이렇게 해졌을라나... 하는 생각이 들어

다리를 좀 주물러주다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이 되자 바람개비가 씽씽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바람은 옆바람이 불고 있었네요 

하지만 주행 방향이 곧 바뀌어서

막판에는 순풍을 받을 거라는 기대를 하고 길을 나섰습니다. 



주유소 화장실에 물을 꼭 내리라는 권고문인데



사람들은 참 짖궂은 것 같습니다. 



페농의 여기저기에는 바람개비가 있습니다. 

물을 퍼올리는 용도인건지... 잘 모르겠어요



이제 딱 한군데만 가면 됩니다. 

들릴 곳도, 밖에서 잘 일도 없어요 



이곳 저곳에 넓은 목초지가 끝없이 펼쳐져요 

땅이 넓은건 역시.. 좋은 것 같습니다. 

아무 것도 없이 평원만 있는게 윈도우즈 배경화면 같아서

사진을 찍어봤습니다. 



가다가 잠시 휴게소에서 쉬는 동안 

한 노부부가 들어오셨어요 

저에게 먹을것은 충분하냐, 마실 것은 있냐, 어디까지 가느냐

이것 저것 물어보셨어요

보통 이렇게 먹을 것을 챙겨주시면 정말 감사하지만

오늘이 여정의 마지막이라 짐만 되기 때문에 

정중히 거절을 했지만, 간식이라도 하라며

Fruit Cake을 주셨는데.. 처음 먹어보는데 너무 맛이 없어서

ㅠㅠ 가다가 비둘기들 먹으라고 방생했습니다.



양떼들은 차량보다 자전거를 더 무서워해요 



눈을 휘둥그레 뜨고 가만히 멈춰서 저를 처다봅니다


마지막날까지도 오버사이즈 차량은 지나갑니다. 

트랜스포머라도 만들고 있는걸까요 



점심은 데워먹기 귀찮기 때문에 

차가운 통조림을 따먹었습니다. 

여행 마지막이니까요 



거리는 점점 줄어서 17km밖에 남지 않았네요 



결국 시두나까지 도착했습니다. 

드디어 여정이 끝났어요! 

1400km가 5km까지 되었다니 잘 실감이 나지 않았어요 



농산물 검역소를 지나면 드디어 널라버 여정이 끝납니다. 



방문자센터에서는 2달러에 널라버 횡단 인증서를 판매해요

뭐 대단한거라고 2달러나 하는가 싶지만

뭔가 기념할만한걸 사고 싶었습니다. 

방문자센터 직원이 인증서에 사인을 해준다고 했지만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기념품 사인을 받는건 

좀 별로일 것 같았어요. 

집에 가서 부모님께 사인을 받기로 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하고싶었던건

과일을 먹는거였어요. 겨울인데 슈퍼에서 수박 조각을 팔더라구요



숨도 안쉬고 먹었습니다. 

피자라던지, 유제품이라던지, 과일, 냉동식품이라던지

냉장고나 전자레인지 없이는 먹을 수 없는 음식들을

잔뜩 사서 4끼씩을 먹었어요



TV에 맨인블랙도 나오길래 

게으르게 누워서 TV도 좀 보았습니다. 



시두나는 해안가가 예쁘다고 해서 

오랜만에 쉬고 싶었지만, 잠시 나갔다 오기로 했습니다.



캐러밴파크의 강아지는 제가 나갈때마다 

저를 빤히 쳐다봤습니다.



나가서 헬멧을 안쓰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가 

경찰아저씨에게 딱 걸렸어요 

호주는 헬멧 착용이 의무라서, 안쓰고 다니다 걸리면

벌금을 낼 수도 있습니다. 

다행히 초범 외국인 운전자라서

경고딱지만 끊고 벌금은 내지 않았어요

우리나라도 헬멧 착용이 의무화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일종의 기념품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바닷물은 정말 깨끗하고



해안 주변에 잔디밭도 예쁘게 꾸며놨구요



오랜만에 물도 봤으니 물수제비도 좀 연습해봤습니다.

매일매일 대자연 속에서 긴장해서 치여 살다가 

아무것도 안해도 되는 삶이 너무 편안하고 좋아요



먹을 것이 줄어드니, 가방도 줄어들어서 

새로 산 더플백 하나와 나머지 가방 2개에

짐이 전부 들어갑니다.

짐 중의 절반은 가방을 담은 가방인지라 

초라하기 그지 없는 살림이네요



TV만 보고 누워있으면 게으르고 시간낭비라고 하지만

하루에 1cm도 움직이지 않고 게으르게 산다는게

이렇게 행복할 수가 있나요

어드벤쳐타임은 호주에서도 반드시 챙겨봐야 합니다. 

어드벤쳐타임 꼭 챙겨보세요



다음날은 버스를 타고 하루 종일 애들레이드까지 가서 

자전거 박스를 구하고, 다시 자전거 포장까지 마쳤어요

애들레이드는 한국처럼 고물상이 따로 없는지 

자전거 박스를 수집해가시는 분들이 없네요 

포장용 박스를 쉽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걸어서 도시를 다니면 얼마나 걸리는지 이정표도 있고 

자전거 대회가 주기적으로 열리는 도시라

자전거 길도 잘 되어있습니다.



차이나타운 가서 오랜만에 못먹어본 한식도 좀 먹어봤어요

일상으로 돌아가려니 아쉽기도 했지만

매일매일 어디서 잘지, 어디서 밥을 먹을지 고민하지 않고 

물걱정 없이 먹고 마시고 씻고

매일 새벽 추위를 걱정하지 않고 사는게 그리웠어요



한국의 무더위가 이렇게 좋을수가요 

이렇게 여행이 끝났어요 

지금은 한국에서 매일 오버워치나 하는 

한량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한 일년은 집에만 얌전히 박혀있을 것 같네요 

긴 여행기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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