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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쯤 부터 액션캠 메모리 용량이 꽉차서, 영상캡쳐본이 없습니다. 당시 64GB 정도 가져갔었는데 부족했네요. 다만 용량도 용량이지만 좀 더 초점이나 렌즈를 잘 닦고 다녔으면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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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잠자리를 펴놓은 헛간은 기대했던것 보다 너무 추웠어요

바람을 막아줄 든든한 시멘트 벽을 기대했는데..

아침에 코를 훌쩍거리면서 일어나니, 헛간 문이 열려있었어요

어제는 분명 문을 닫고 잤는데, 누가 구경이라도 하려고 

문을 열어놓은건지..?!

어제 저녁식사를 대접해 주시고 같이 보드게임을 하며 놀았던 수잔과 도로시 아주머니께서 

간단한 아침밥도 주셨습니다. 오트밀을 같이 나눠 먹었는데, 

처음에는 오트밀이 뭔지 몰랐어요 

아주머니께서, 오트밀은 좀 취향을 타는데 괜찮냐고 하시는데

"자전거 여행자는 배가 고파서 뭐든지 잘먹어요 ^^"

하고 뭐 어련히 맛없겠어 하고 먹었는데 

음... 정말 맛이 없었습니다. 



간단히 아침밥을 먹고 잠시 차를 얻어타니 

Head Of Bight 국립공원에 도착했어요. 대단한 건 없지만

호주의 오지 한가운데에 있는 시설이라고 생각하면

비교적 잘 꾸며진 시설인 것 같습니다.



Great Austrailian Bight의 풍경이 한눈에 보여요 

이전처럼 광활한 해안 절벽은 아니지만

여긴 절벽보다는 고래가 중요한 곳입니다. 



고래들은 생각만큼 잘 보이지는 않아요 

크기가 워낙 거대하긴 하지만, 거의 물속에 잠겨 있기 때문에 

저 정도로 만족해야 합니다. 

거대한 고래들이 수면을 박차오르는

그런 명장면을 기대하고 갔지만...! 

그래도 수십마리의 고래를 볼 기회는 평생 없을 것 같아요



고래들은 Southern Right Whale 종이라고 하는데 

한글로는 남방흰수염고래? 라고 하는 것 같아요 

이 고래들은 겨울에 이 곳에서 새끼를 키우기 때문에 

어미 고래 옆의 새끼 고래도 볼 수 있어요 

큰 고래 바로 위 작은 검정색 무언가가 새끼고래에요



차를 태워주신 수잔과 도로시 아주머니는

아예 망원경을 준비해서 오셨어요... 

망원경이 있다면 좋았겠지만..! 망원경을 챙기기 시작하면

이것저것 주섬주섬 담다가 짐이 10kg은 늘었을거에요



공원 안에는 박격포처럼 크고 아름다운 줌렌즈를 달고

주구장창 사진만 찍는 아저씨들이 계셨어요 

꼭두새벽처럼 들어와서, 하루종일 사진 한장을 건지려고

공원에 상주하시는 것 같습니다. 



수잔 아주머니가 사진을 한장 찍어주셨어요

항상 잘 못 씻고 다니고 못 입고 다니는 자전거 여행자라

초라하기 그지 없습니다 ㅋㅋ



공원 안에는 여기저기 고래에 관한 안내문이 써있어요 

무얼 먹는지, 어디서 오는지, 등등등

이 고래들은 겨울에 새끼들을 키우는 동안에는 

거의 밥을 먹지 않는다고 해요.



운좋게 분수뿜는 장면도 담을 수 있었어요 

거대한 분수가 뿌우우~ 하면서 나오는 걸 기대했지만

피식 하면서 나오는 분수 같아서 아쉬웠어요



이틀간 밥도 얻어먹고, 차도 태워주시고 

마지막에 갈 때는 각종 든든한 까까와 먹을 것을 잔뜩 챙겨주신

수잔과 도로시 아주머니에요 

본인들이 어렸을 때는, 돈 없고 저처럼 빈털터리로 다니며

다른 사람들에게 신세를 많이 지고 살아서 

저 같은 여행자들을 보면 많이 도와 주고 싶다고 하셨어요

좋으신 분들이지만, 계속 함께 할 수는 없어요

다시 출발해야 합니다. 



이제 서서히 다시 나무가 나타나는 지형이 나타나요

넓은 널라버 중에서도, 널라버 로드하우스 주변으로

반경 10km 정도는, 정말로 나무가 단 한그루도 없는 알짜배기 널라버에요

나무도 없고, 완전한 평원인지라 숨을 곳이 없어서

개인적인 용무들을 해결하기가 아주 곤란했어요...!



다음 로드하우스인 넌두루의 표지판이에요 

표지판이 오래 되었는지, 검게 삭아버린 모습을 보니 

혹시 저 휴게소도 운영을 안하는건가...! 하는 

여행 초기에 구글 지도에 배신당한 기억이 떠올랐어요



이 날은 약한 역풍과, 끊임없이 반복되는 오르막 내리막에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어요 

얼마 가지 못해 지쳐버려서, 점심밥을 차려 먹기로 했습니다.

바람이 부는데 막아 줄 곳이 없어서 

가방을 세워놓고 그 옆에서 밥을 지었어요

이제 쌀도, 통조림도, 부탄가스도 얼마 남지 않았어요

여행의 막바지에 다다랐다는게 실감이 났습니다. 



밥을 먹고 나서, 심각한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원래 어제 숙소에 자면서 보충을 해야 했는데

야영을 하다 보니 휴지가 다 떨어졌어요 

휴지는 아주 다양한 용도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릇을 닦을때도 써야 하고, 추운 아침에 찔찔 나오는 코도 닦아야 하고 

다른 것도 닦아야 하고, 불장난을 할 때도 아주 유용한데, 큰일이 났어요 

물도 있고 밥도 있고 전기도 있는데 

휴지가 떨어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오르막길은 끝이 없이 긴데 

내리막길은 속도를 채 즐기기도 전에 끝나버립니다.

내리막길에서 속도를 안내도 좋으니

오르막길도 없이 평지로만 계속 달리고 싶었습니다.

평지보다도 오르막 내리막이 많은 구간이라 빠르게 몸이 지쳐갔어요

제대로 된 숙소에서 자지 못한지도 오래 되어서 더더욱 그런 것 같아요 

각각의 언덕들은 그렇게 크고 가파르지는 않아요

뭐... 국토종주길의 문경새재나 낙동강 구간의 

오르막에 비하면 귀여운 편이지만

작은 언덕이 계속 반복되어가니, 다리가 빠르게 지쳐갔습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표지판의 숫자는 애석하게도 잘 따라오지 않아요 

이때 즈음 되서는, 매번 생리현상을 해결하는게 엄청난 공포로 다가왔습니다. 

페달을 밟는건 크게 힘들지 않았어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널라버에는 양변기가 없기 때문에 

쪼그려 앉는 자세를 취해야 하는데 

다리를 매일 혹사하다가 잠시 쪼그려 앉아 있으려니 

유격훈련때 PT 굴리는 것 보다 다리가 더 아팠습니다 ㅋㅋ

당시 소원은 "아... 똥좀 앉아서 편하게.. 싸고싶다.." 였는데

지금 생각하니 재밌는 추억이에요 



오르막길이 많아서 생각만큼 거리를 크게 좁히지 못했어요

고작 58km밖에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휴게소까지의 거리가 좀 부담이 되어서 

이 날은 이번 휴게소에서 그냥 노숙을 하기로 합니다. 

좋은 공터를 찾았네요 



거기 당신... 그래 너말이야



먹을것 좀 있나?




이날은 텐트치는법을 다 찍어보았어요 

해도 아직 쨍쨍해서 조명도 있고, 시간도있고 

여행막바지라서, 오늘이 마지막 야영입니다^^ 이제 노숙은 끝이에요



바닥에 습기가 올라오는 것을 막아주는 시트를 깔아줍니다.

그 위에 이너텐트를 눕히고 



이너텐트가 바로 설 수 있도록 폴을 조립해 넣습니다.

보시면 폴이 텐트의 대각선 길이에 비해 훨씬 길지만 

폴을 휘어서, 텐트의 양 끝에 걸쳐주면



우선 한쪽 대각선은 탄탄하게 고정이 됩니다.

반대쪽도 똑같이 해주면, 텐트가 자립할 수 있게 됩니다.



이제 이 무시무시한 알루미늄 말뚝으로 

텐트와 바닥 시트를 지면에 고정시켜줍니다.



텐트 고정이 끝나면 위에 비와 바람을 막아줄

텐트용 바람막이를 얹습니다. 

기둥에 바람막이를 묶어서 고정시켜주고 



아까의 알루미늄 말뚝으로 

텐트에서 살짝 떠 있도록 팽팽하게 고정을 해주면

오늘 하루 잘 집이 완성됩니다. 



의식주 중에서 의는 이미 입고 있고 

방금 주를 해결했으니, 식을 해결합니다. 이제 통조림도 얼마 남지 않았어요 

라비올리 통조림에 밥을 좀 섞어서 먹습니다. 

이번에도 캠핑장에 노부부 4분 정도가 오셔서 하룻밤을 지내셨는데

혹시 어제처럼 맛있는 저녁을... 누군가 주실까?

하는 헛된 상상에 빠졌지만, 그런건 없었어요 

그래도 휴지가 없어서 일을 못본다고 하니 흔쾌히 휴지는 나눠주셨습니다. 



여행 막바지가 되니 달이 저렇게 밝게 뜨니 

기분은 좋지만, 그 전에 떠주셨으면 얼마나 밝고 좋았을까 

섭섭한 마음도 듭니다. 

여행이 끝나가니 그래도 뭐든지 좋게 느껴지네요 




역대 최강의 추위를 자랑하는 야영이었습니다. 

너무 추워서 일찍 일어나버렸어요 

여행 막바지라 밤에 부탄가스를 아낌없이 땠는데도 

벌벌 떨면서 잠을 잤어요. 텐트에는 서리가 맺혔습니다. 



파이리씨도 추웠는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자전거 위에 올라서 햇빛을 쬐고 있습니다. 



어제 휴지를 빌렸는데, 아침이 되니 또 휴지가 부족했어요

바로 옆의 캠핑카에서 주무시던 앨런 아저씨께 가서 

휴지를 또 구걸했습니다. 

휴지가 이렇게 중요할지는 몰랐어요...



여행을 출발하자마자 엄청나게 높은 언덕이 절 맞아주네요 

오늘 80km만 달리면 이제, 곧 여행이 끝나요 

집에 간다니 싱숭생숭 하고, 살짝 아쉽기도 하고 무슨 말로 표현해야 할까요 

반대방향으로 지나가는 차가 있을 때 마다 

히죽히죽 웃음이 나왔습니다.

너네가 차로 널라버 빠져나가는 것 보다 

내가 자전거로 먼저나갈걸...?^^



오버사이즈 트럭은 마지막까지 위협적입니다. 

어디 농장에 사용할 거대 물탱크라도 싣고 가는 걸까요?



원래 다음 로드하우스였어야 할 Yalata 로드하우스 표지에요 

얄라타 로드하우스는 지역 원주민들이 운영하던 휴게소인데

건축물 안전 문제로 폐쇄한지 한참 되었지만

아직도 언제쯤 다시 개방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이 로드하우스만 열려 있었어도 어제 야영은 안했을텐데ㅠ

1km밖에 안남았다는 표지판이 이색적이어서 

사진으로 남겨보았습니다.

원래는 5km 단위로 표시가 되거든요



혹시나 뭐라도 있을까 들러보기는 했지만

아무도 없는 폐건물입니다. 

다행히 귀신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는 아니에요



다음 휴게소인 넌두루까지는 52km

여행의 종착지인 시두나까지는 203km만 남았어요 

딱 3군데만 더 들리면 된다니... ㅠ 



태권브이 어깨 부품으로 추정되던 거대한 빨간 무언가가

또 실려가는 모습입니다. 

도대체 무엇을, 어디서 만들려고 하는 걸까요?

호주 정부의 음모를 조사해 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르막과 내리막은 계속 반복되지만

이것도 오늘까지에요

탁 트인 하늘은 한국 가면 이제 보기 힘들겠죠 



점심을 뚝딱 먹고 설렁설렁 달리다 보니 

어느새 다음 휴게소에 거의 다 도착했어요 

보더 빌리지 숙소에서 자고 난 후, 3일 노숙을 한 뒤에 

드디어 실내에서 잘 수 있겠어요 
 


이제 사람 사는 동네가 나오는 것 같아요 

숲과 자연을 파괴하고 지어놓은 넓은 목초지가 

너무나도 반갑습니다. 여기저기 풍차도 있어요 

아직 널라버가 끝난 건 아니지만...!

종착지에 다 와간다는 느낌이 물씬 들었어요 




숙소에 도착하자 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당연히 샤워입니다. 너무 오랜만에 인간답게 씻으니 

기분도 너무 좋았지만...! 넌두루 로드하우스는

수도에서 짠물이 나와요.... 

뭐 그래도 못씻는 것 보다는 낫지만

물을 마음껏 마실 수 없다는건 좀 아쉬웠습니다. 

짠물이라 그런지 잘 안씻기는 것 같았어요 



그 다음에 시급한 것은 바로 빨래입니다. 

3일 연속으로 야영을 한데다가

사실은 여행 첫주에, 자전거 뒤에 팬티를 걸어놓고 말리다가

잃어버린 탓에, 속옷을 포함 모든 옷이 부족했어요 

돈은 없지만 시간은 남아돌기 때문에

숙소에 제공되는 비누를 가위로 열심히 갈아서 세제를 만들었습니다.



파이리는 빨지 않습니다. 

불 포켓몬은 물에 세탁할 경우 위험할 수 있어요 

정말 오랜만에 샤워를 하고, 침대에서 자고 

따뜻한 방에서 잠을 잤습니다. 

여행도 막바지인지라, 매일 저녁 자기전에 하던

스트레칭도 오늘은 거르고 그냥 잠이 들었어요



150km남았습니다. 

다음편에 여행기가 드디어 끝이 나고 

그 다음편에는 이것저것 궁금해 하셨던 내용들을 정리해서 

따로 올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마지막편, 1400km]

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15편 [18-19일차/1250km] 이 때쯤 부터 액션캠 메모리 용량이 꽉차서, 영상캡쳐본이 없습니다. 당시 64GB 정도 가져갔었는데 부족했네요. 다만 용량도 용량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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