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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4편 [5~6일차/200km]

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3편 [4일차/120km] 이전 글 입니다. 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2편 [3일차/50Km] 뭐 하는 글인지는 첫 번째 글을 참조해주세요 ㅎㅎ. 지금 보니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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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노스맨에서 출발해서 다음 숙소인 Fraser Range까지 가는 일정을 여행기에 쓸게요 

아침에 출발할때는 기분이 좋았어요 

어제 관광객 안내센터에 갔더니 그곳 직원분께서 

앞으로 3일정도는 바람이 거의 불지 않을거라고 말씀하셨거든요

실제로도 바람이 얼마 불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순풍이 불었으면 했지만, 역풍이 아닌게 감지덕지죠



지도상에는 다음 숙소가 Fraser Range Station 이라고 작성은 되어있는데 

이정표에는 그 다음 숙소인 Balladonia 만 표기되어있었어요 

물론 물이나 식량은 널라버 전체를 건널 정도로 많이 챙겼기 때문에 

저번처럼 굶지는 않겠지만

혹시나 그 전처럼 있다던 식당이 없지는 않을까... 싶어 좀 걱정되었어요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었어요 (한점 있네요ㅠ)



생각보다 사진을 많이 찍지 않았네요

아직 널라버 초입이라 이전과 풍경이 많이 다르지는 않았어요



노스맨을 출발하고 나면, 널라버 구간 고속도로에서 가장 고지대인

435미터 정도의 언덕에 도착합니다. 

그 뒤로는 거의 해수면 100m 안팎의 높이에서 언덕이 거의 없는 평지가 계속되어요


언덕길이 끝나고 나서, 잠시 쉬고 있었어요 

카메라를 켜놓은지 모르고 헬멧을 바닥에 놓았네요

길가에 또 앉아서 쉬고 있으니, 널라버 쪽에서 오던

캠핑카 2대가 멈춰섭니다. 

그러고서는 같은 일행인지, 운전하시던 아저씨들 두명은

서로 무언가 얘기를 하고 계셨고 



아주머니 한분이 오시더니 괜찮냐고 물어보시네요

어디까지 가는거냐, 어디서 왔느냐 물어보시는데 

에스페란스에서 왔다고 하니 대단하다고 하시더니 

널라버 끝까지 간다고 하니 미친놈이라고 혀를 내두르십니다. 

여행을 계속 하다 보면 반응이 바뀌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처음에는 어디에서 왔는지 보다 어디까지 가는지에 더 놀라시다가 

나중에 되면 어디까지 가는지 보다, 어디서 왔는지 들으면 더 놀라죠



옆에서 차들이 씽씽 하고 스쳐지나갑니다. 

보통은 나이 많으신 노부부들이 캠핑카를 끌고 다니시면

급한 일이 없으니 제 옆을 천천히 서행해서 지나가시는데 

바쁘신 분들도 있네요 



가다 잠시 스트레칭을 하고 가려고 간이 휴게소에 들렀습니다. 



운전 하다 잠시 담배 한대 땡기러 오신 아저씨와

같이 여행하는 강아지가 있었어요 



아저씨의 이름은 Craig, 강아지의 이름은 "제시" 라고 하네요

가족들이 애들레이드에 살아서

이 도로를 몇번이고 왔다갔다 하셨다네요

강아지 제시도 널라버는 3번째 여행이라고 합니다. 



붙임성이 좋은 강아지였어요 

모르는 사람에게 꼬리를 살랑살랑 거리며 다가오더니 

이내 저에게 먹을거 따위는 없다는 걸 알고는

제 자전거를 검수하러 가더군요 

혹시나 아저씨에게 다음 휴게소가 Fraser Range가 맞지요?

물어봤지만, 잘 모르시는 것 같았어요

자동차로 널라버를 건넌다면 여행목적이 아닌 이상

끽해야 2개 휴게소를 들릴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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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가 점심 때가 되었어요 

오늘은 식당 같은건 볼 리가 없기 때문에 

그냥 배고프고 공터 있으면 그곳에 주저앉아서 밥을 먹었어요



나름 화롯가 비슷한걸 만들어 보았어요 

오늘 점심은 파스타와 삶은계란이에요 

물론 오늘 저녁도, 내일 점심도 파스타일거에요 



밥을 할때마다 연속으로 실수 투성이에요

파스타 봉투가 터져서 면을 3인분이나 넣고, 바닥에도 흘렸습니다. 



도로 바로 옆에 앉아서 밥을 먹었어요 

트럭이나 캠퍼밴들이 지나가면

전혀 부럽지 않다는 것을 티내기 위해서

파스타를 게걸스럽게 먹는걸 보여주었습니다. 



1편에도 말씀드렸지만

자전거 여행중에 이빨은 열심히 닦아야 합니다. 

치아건강에도 좋고

치약 무게를 줄일 수 있다는 놀라운 장점이 있죠 



가다 보니 하늘이 점점 흐려지더니 

저걸 무슨 구름이라구 하나요, 고적운 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양떼같은 구름이 떠다닙니다. 비가 올까 걱정되었어요 



자전거 여행을 하게 되면 정말 일기예보를 자주 챙겨보게 됩니다. 

강우, 날씨도 중요하고. 그날 서리가 내리는지 

바람 방향은 어떤지, 빠른지. 강수량은 얼마일지 

날씨가 정말 중요하거든요 

저는 비를 정말 좋아하지만, 자전거 탈 때의 겨울비는 질색이에요 

체온조절이 안되거든요. 널러버는 비를 피할 곳도 없어서

특히 야영을 하게 되면 정말 답이 없습니다. 



널라버엔 주기적으로 캥거루, 에뮤를 조심하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어요 

그런데 저는 살아있는 캥거루를 본적이 없었어요... 한번도 

로드킬은 거짓말 안하고 하루에 30마리씩은 봅니다.



점심을 먹고 나니 얼마 되지 않아서

생리현상을 해결할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자전거 여행의 장점은

아무데서나 해결할 수 있는 면죄부를 얻는다는거죠 

화장실은 100km정도마다 하나씩 있으니

그정도는 이해해줘야죠

그래도 양심이 있으니 간이휴게소 근처에서 해결하도록 합니다.



거사를 치르고 나니 휴게소 한켠에 

비석같은것이 세워져 있었어요 

무슨 비석인지 가서 살펴보니 

노스맨에서 약 200km 정도의 도로공사를 감독한 아저씨의

기념비 같은게 세워져 있었어요 



GO HARD OR GO HOME

노오오오오력을 좋아하시는 분이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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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보니 오버사이즈 트럭들이 지나다니네요

로드트레인과 오버사이즈 트럭은 둘다 

경고등을 키고 다니고, 별도의 번호판을 달고다녀요 

로드트레인은 과도하게 긴 차량

오버사이즈 트럭은 과도하게 차폭이 넓은 차량이에요 

오버사이즈 트럭에 실린 물건들은 보통 거대한 농기구에요



앞에 거대한 차가 한대 지나가고 



또 한대가 연이어 따라갑니다. 



그리고 그 뒤나 앞에는, 다른 차량들에게 경고하기 위해 

파일럿 차량인 승합차들이 돌아다녀요 

저 승합차가 앞이나 뒤에서 보인다면

무조건 길에서 내리는게 좋습니다. 

이번에 나온 오버사이즈 트럭은 정말 귀여운 정도고 

2차선을 꽉 채우는 트럭들도 있거든요



가다가 만나는 차들에게는 손을 흔들어 인사해 줍니다. 

이때 인사에 너무 맛이 들려서 실수를 했는데 

앞에서 차량이 오고있다면 손을 흔들 것이 아니라 

뒤에 차가 오는지 안오는지 먼저 확인을 했어야 하는데 

그걸 보지 않아서 요단강 건너갈 뻔 했습니다. 

마주보는 차가 먼저 오는 경우, 차의 엔진 소리에 묻혀서 

뒷 차량의 엔진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경우 큰 사고가 날 수가 있습니다. 

사이드미러가 있긴 하지만, 접근하는 차량의 소리를 듣는게 정말 중요한데 

만일 뒤에서 오는 차량이 로드트레인이었다면 병원에 실려갔을지도 몰라요 

같은 이유로 널라버에서 음악을 짱짱하게 틀으며

여행분위기를 느끼는 것도 정말 위험한 일입니다. 



잠깐 해가 났네요 

한동안 따뜻해서 좋았습니다. 

해가 나서 날이 따뜻해지면, 유칼립투스 냄새와 

널라버의 흙냄새가 나는데 

우리나라의 숲 냄새보다는 훨씬 강한 휘발성 냄새가 나요

이 향기가 정말 좋았어요

우리나라 숲의 냄새가 은은한 차 냄새라면

호주 아웃백에서는 강렬한 양주 같은 냄새가 납니다.

이때 쯤 부터는 전화 신호도 안잡히기 시작했어요. 


원래 호수가 있던 지역인데 물이 다 말라있었어요

나중에 다다음 로드하우스에서 들은 이야기지만

해당 지역이 한동안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었다고 하네요 



Fraser Range까지 35km 정도 남겼을 때

휴게소가 하나 있었어요 

차를 댈 공간만 있는 경우는 P라고 표시가 되어있고 

탁자, 화장실 등 다른 시설도 있다면 

캠핑장 표시도 되어있어요 

이곳은 캠핑 시설은 있지만, 로드트레인은 출입 금지라고 되어있네요 

로드트레인이 길이가 워낙 길기 때문에

출입을 금지하는 휴게소가 정말 많습니다. 

로드트레인이야 직업 운전사들이라 많이 멈추지 않겠지만

쉴데가 없는 것은 좀 서러울 것 같아요 



이런 오지에도 캠핑장이 잘 꾸려져 있는 건 

정말 부러운 것 같아요 

여기서 잘까 생각을 안했던 것도 아니에요 

이전까지는 하루 70km도 버겁게 갔는데

오늘은 이미 70km정도를 달린 이후였거든요 

하지만 30km만 더 가면 따뜻한 침대에서 자고 

샤워를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 더 가기로 했습니다. 



시드니 근교에서 와서 여행중이신 노부부네요 

널라버에는 정말 이렇게 캠핑카를 몰고 다니시는 

은퇴하신 노부부가 많으세요 

저희 부모님도 이렇게 여행다니시면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계속 도로를 달리면서 1080 Bait Poisoning이라고

알수 없는 경고문이 써 있어서 무엇인가 했더니 

근처 야생동물(특히 딩고)의 개채수를 조절하기 위해서 

독성 미끼를 풀어놓는다고 하네요 

그래서 애완동물이 독성 미끼를 먹지 않도록

멀리 돌아다니지 말게 해라~ 하는 경고문이었네요 

배고파도 길바닥에 고기가 떨어져 있는걸 주워먹으면 안되겠어요 



휴게소를 나오니... 표지판에 

다음 캠핑장이 250km가 남았다는... 개소리가 

다음 주유소가 130km 남았기에 별로 믿지는 않았지만

오늘 숙소가 없지는 않을까 걱정은 좀 되었어요 


아직 해가 질려면 좀 멀었네요 

일몰은 보통 5시부터 시작이더라구요 

오늘 저녁은 숙소에서 먹을 수 있을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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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km 정도 더 가니 

"Fraser Range Station이 25km 앞, 저녁식사 가능"

이라는 표지판을 보니 좀 안심이 되더라구요 

표지판 사진은 찍지 못했네요, 찍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주유소 시설이 없기 때문에

도로 이정표에는 따로 표시가 안되었나봐요



숙소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여유 부리며 휴게소에서 좀 쉬어보았습니다.

가다가 쉬는 중에, 심심해서 제 자전거 사진을 좀 찍어보았어요 



제 대시보드에요. 핸드폰거치대, 벨, 카메라 거치대, 손목시계

사이드미러와 가방이 걸려있어요 

카메라 거치대는 저기에 액션캠을 달 수 있도록 하려고 샀는데

저기에 달면 영상 진동이 심해져서 거의 쓰지 않았습니다.



자전거 몸체에는 물통, 미니펌프와

비상용 공구 가방이 있어요



앞 뒤로 가방이 2개씩 달려있고 

뒤에는 매트와 텐트를 올려놓고 다닌답니다. 



잠깐 여유를 부렸더니 해가 빠른 속도로 지기 시작했어요 

불안해서 열심히 달렸어요 


다음 휴게소인 Balladonia까지 100km가 남았다는 이정표에요

내일은 100km 정도만 가면 된다고 생각하니 안심이 되었어요 



해가 갑자기 빨리 지니 겁이 나서 헐레벌떡

조금 무리해서 달렸어요 

다행히 깜깜해지기 전에 숙소 앞에 도착했습니다. 

숙소에 들어왔더니, 낮에 저를 지나쳐 가신 아저씨들이 

제가 지나가니까 박수를 쳐주셨어요, 멋지다고 

살짝 뿌듯했습니다. 

숙소는 Budget Room 이 있다 그래서

냉큼 싼값에 방을 예약했습니다. 



정말 침대랑 냉장고, 히터밖에 없네요. 하지만 침대랑 히터만 있어도 좋아요 

샤워는 5분에 1달러를 내고 하라는데 

2달러를 놓고 군대 생각을 하며 헐레벌떡 씻었더니 

15분이 지나도록 물이 계속 나오더라구요 

기계가 고장나서 그냥 온수가 나오는 거였습니다.... 아까워라 

그날 저녁으로 33달러짜리 양고기와 야채, 브라우니 뭐 그런걸 주더라구요 

창렬 가격이었지만, 맛있는 고기를 생각하고 

눈물을 머금고 돈을 결제했습니다. 

식당에 가니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많았어요 5팀 정도 있었는데 

저는 혼밥하는 찐따라 밥을 혼자 먹을 뻔 했지만

어느 노부부 옆에 앉아서 밥을 같이 먹었습니다. 

역시나 이분들 이름도 까먹고 말았어요 ㅠ 통성명은 했지만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전날 호주의 총선일이어서 저를 사이에 두고

노부부 4분께서 정치 이야기를 꽃피우고 계셨어요

저는 누가 누군지 몰라서 제대로 말은 하지 못했어요 

정말 특이한 점이 기억났던 점은, 우리나라는 날을 새서라도 개표를 하는데 

호주는... 주말이라고 개표를 중도에 멈췄더라구요 

어제 개표를 시작했는데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것저것 여쭤봤어요, 높은 최저임금, 높은 세율과 높은 복지수준

장단점이 있는것 같아요. 

아저씨 한분께서는

"내가 여기까지 오면서 하루에 캠핑카를 100대씩은 보는데

죄다 연금받아 사는 은퇴한 노인네들 뿐이더라고, 

이렇게 다 나와서 놀고있으면, 도대체 세금은 누가내는거야?"

라고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ㅋㅋ 



밥을 다 먹고 나니 식당 구석에 있는 피아노가 눈에 띄었어요

백년이 넘은 피아노라고 하네요! 정말 놀랐어요 




저야 자세히는 모르지만, 정말 상태가 좋아보였어요 

건반이 다소 뻑뻑한게 몇개 있었지만 소리는 정말 예뻤습니다. 

군대를 갔다오고 나서 못치던 피아노를 연습해서 

딱 2곡을 칠 줄 아는데, 그중 한곡이 

천공의 성 라퓨타의 OST - Innocent 입니다. 

마침 이때 저녁 비가 오고 있었는데 

널라버의 한밤중에, 밖에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으니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이래서 여행을 하는 걸까요?

제가 친 걸 들려드릴 정도로 잘 치지는 않아요 

잘 치시는 분의 유튜브 링크를 걸어드릴게요 ㅎㅎ

이전 3일간 200km를 달렸는데

오늘은 무려 100km를 주파했습니다. 

이 여행, 성공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약한 희망이 

서서히 들기 시작했어요 

다음편은 8월 3일 저녁에나 올라올 것 같아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6편 [8일차/400km]

당시에 2016년 여름이었는데, 오버워치 초창기라 신나게 했었네요, 거의 하루나 이틀 단위로 여행기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막 전역한 대학교 2학년이라 아주 파릇파릇하네요. 호주 널라버 평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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