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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3편 [4일차/120km]

이전 글 입니다. 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2편 [3일차/50Km] 뭐 하는 글인지는 첫 번째 글을 참조해주세요 ㅎㅎ. 지금 보니 사진 화질은 정말 아쉽네요, 개인적으로 원본 영상들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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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제 널라버 평원 진입의 전초기지

노스맨(Norseman)까지 도착하는 일정입니다. 

다음 편부터는 정말로 널라버 평원 여행기가 시작되어요 

어젯밤에는 목장 주변의 수풀속에 텐트를 쳤다고 생각했는데  

들어와보니 울타리 내부, 그러니까 사유지 안이었어요 

아침과 밤에 트럭이 몇대 지나다니긴 했는데

불쌍한 자전거 여행자라 봐주신 것 같아요

 

넓은 목초지가 보입니다. 

 

아침에 이슬이 맺혀서 자전거 안장이 흥건하게 젖었습니다.

축축한 안장은 정말 너무 싫어요 

 

자전거는 임시 쓰레기 봉투 거치대를 겸하고 있어요 

저는 문명인이기 때문에 다른나라 목초지에 

쓰레기를 버리는 짓은 하지 않습니다. 

호주 고속도로에는 약 10~20키로미터 마다

길가에 쓰레기통과 간이 주차장이 있어서 거기에 버리면 됩니다

특이한건, 호주 비닐봉지들은 전부 흐물흐물하고 힘이 없는데 

생 분해성 비닐봉지라고 하더라구요. 신기했습니다. 

 

 

목초지 옆에 햇살을 받으며 캠핑... 낭만적인가요?

현실은 너무 춥고, 장비는 이슬에 다 젖어서 축축

 

 

그리고 죽은 동물의 뼈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밤에는 정말... 무서웠습니다. 

동물 뼈가 여기저기 있어서 근처에 딩고라도 살고있나 했어요 

그래도 해가 뜨니 덜 무서웠어요 

 

 

아침밥이에요 

어젯밤에 스팸을 태워먹은 기억이 있어서 스팸은 굽지 않고 그냥 뎁혀먹기로 했습니다. 

스팸을 듬성듬성 숟가락으로 떠서 캔 스파게티와 섞어먺었어요.

사진을 보내주니 친구들은 부대찌개인줄 알더라구요. 정말 비려요

설거지는 정말 하기 힘들어요, 물이 없기 때문에 기름때를 대강 휴지로 꼼꼼히 닦아내고 

물을 살짝 넣고 끓여서 나머지 찌거기를 제거하는 방식입니다.

겨울이라 잘 상하지는 않더라구요 

 

부대찌개 스파게티

 

사진고자의 설정샷

 

 

젖은 텐트를 메고다닐수는 없으니 텐트는 해가 잘 드는 곳에 말리고 있습니다. 

 

사진을 열심히 찍기 위해 태양광 충전도 계속 해줍니다.

 

 

오늘은 정말 너무 춥고, 꾀죄죄한데다

결정적으로 남은 물이 부족했습니다. 최초 6리터를 가지고 출발했는데 

설거지 하고, 이빨닦고, 파스타에 물을 너무 많이 쓰면서 예상보다 물이 빨리 떨어졌었어요 

오늘 도착하면 뜨거운 샤워를 하고 

따뜻한 고기를 먹을 수 있다고 위로를 하면서 출발했습니다. 

 

 

이곳은 가축들이나 캥거루가 많이 뛰어다니는 곳이라 

저렇게 경고 표지가 군데군데 있습니다. 

 

 

한 5분정도 더 가자 너무 억울했습니다. 1km 앞에 휴게소가 있다고 하네요 

야밤이라 더 가지 못하고 길가에 텐트를 쳤던게 못내 아쉽습니다. 

 

 

지정된 휴게소에서는 대단한 건 없지만

앉아서 밥을 먹을 수 있는 테이블과, 쓰레기통

무엇보다도 밤에 추울때 불을 땔 수 있는 모닥불이 있어요

그리고 저녁이 되면 캐러밴 여행자 분들이 들어오셔서 

가끔은 먹을것도 주시고, 재밌는 이야기도 해주십니다. 

들려서 쓰레기만 버리고 떠났습니다. 

 

 

점점 더 널라버로 가까워 지는데 황량해 지는 것이 느껴지시나요?

 

 

몇일째 야영을 하니 몸이 잘 회복되지 않는 것 같아요 

얼마 가지 않아서 다시 퍼지고 말았습니다. 

사진에 나온 물통에 들어있는 물이 제가 가진 물의 전부였어요 

 

 

걱정했던 다리가 서서히 아파왔어요

쉬는 빈도가 점점 늘어났습니다. 

솔직히 오늘의 일정이 여행 전체중에 가장 힘든 날 중 하나였습니다.

얼마 가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지치다니

여행을 끝까지 갈 수 있을까 걱정되기 시작했어요

매일 두알 정도씩 먹던 소염진통제도 얼마 남지 않았어요

 

 

가던 중에 옆에 화물차가 지나가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여행가는 동안 딱 3대를 봤는데, 처음 보고는 길이가 너무 길어서 

다음번에 꼭 찍고싶어서 기다리고 있다가 동영상을 찍었어요! 

파일 업로드 제한이 있는 것 같아서 더 좋은 화질로는 안올라가나봐요 ㅠ 

저 철로는 북쪽의 도시인 칼굴리, 노스맨까지 이어지는데 

두 도시 모두 금광으로 유명한 도시입니다.

그 곳에서 캐낸 광석을 기차에 잔뜩 실어서 해안 도시로 가져가는 것 같아요. 

기차는 무려 2분동안이나.... 지나갔습니다. 

얼마나 긴지 중간에 엔진 열차가 한대 더 있더라구요 

지금도 원본 동영상을 보는데도 너무 길어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달리고

 

또 달리고

 

 

계속 달렸어요 

가다보니 바다같이 넓지만 얕은 호수가 또 있었어요 

역시나 소금물 호수에요. 그래도 이런 건조한 초원지대에 

넓은 호수가 있으니 경관이 멋졌어요 

 

 

앞으로 좀만 가면 허허벌판에 식당이 하나 있더라구요 

구글 지도에 Galore Snack Bar 라고, 맛있는 생선요리가 나온다는

리뷰까지 있었어요 

 

 

그런데 호주에서는, 이런 휑~한 도로에서는 식당 비슷한 것만 있어도 

몇 키로미터 전 부터 휴게소에 대한 예고를 해 줍니다. 

그런 것들이 아무것도 없었는데... 좀 이상하긴 했어요

이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저는 저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자 결심을 하고, 물도 채우고

간식도 사가야 겠다는 야심찬 결심을 하였습니다. 

엄청난 실수였어요 

 

 

가다보니 여태까지 나란하게 같이 다니던 기찻길과 교차하는 구간이 있었어요 

기찻길 앞에서는 속도를 줄이라는 경고가 있었는데 

자전거는 속도를 줄이지 않아도 된다는 놀라운 장점이 있습니다.

 

 

기찻길을 넘어가니 산불이 제대로 났는지

나무는 다 검게 죽어있고, 잔디라곤 없었어요 

이런 곳에 식당이 있을까? 하는 의심도 들기 시작했어요

지도상에 식당이 표시된 지점에는 아무것도 있지 않았어요 

혹여나 해서 3km 정도 더 가보았지만 식당은 없었습니다. 구글지도에 완전히 낚였었어요 

 

 

그 근처에는 누군가를 기리는 십자가만 있었습니다. 

불이 나서 식당이 있던것이 전소된것인지, 아니면 아예 위치 표기가 잘못 된 것인지 

물도 없고 간식도 없는 상황이 너무나도 당황스러웠습니다. 

다음 도착지인 노스맨 까지는 약 40km 정도 남은 상황이었어요

결국에는 길 가던 차를 손 흔들어 불러 세우고는 

정말 미안한데 물 한병만 줄수 있냐고 구걸을 해서 물을 구했습니다. 

경황이 없어 사진은 찍지 못했어요

 

 

정말 제 여행 중에 최악의 끼니였는데 

밥을 해먹을거라고는 생각을 못하고 쌀을 불려놓지를 않았어요 

그래서 불리지 않은 쌀을 바로 조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무들이 다 타죽어서, 바람을 막기가 어려워 

불이 꺼지지 않도록 화력을 높여놓고 밥을 지었는데 

살림 초보인 저는 밥물 끓는 걸 안보고 있다가 밥물이 넘치고 말았어요

가스불이 꺼진데다 점화기까지 고장이 나서 불이 붙지 않았어요

이때 경험 때문에, 노스맨에서는 라이터를 하나 따로 구매했습니다. 

밥은 설익었고, 반찬은 요리도 못했는데 

다음 식당까지는 40km나 남은 상황이었어요 

통조림도 다 까먹어 불 없이 조리할 수 있는 요리도 없었네요 

결국 거의 생쌀에 가까운 밥에, 밥이랑 가루를 뿌려

한끼를 꾸역꾸역 해결했습니다. 

 

이 리뷰를... 작성한..... XX를.... 

정말....

너무.... 싫었어요... 리뷰라도 없었다면.... 

이 뒤로는 경황도 없고, 배터리도 마침 부족해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어요 

최대한 빨리 제대로 된 식사를 먹고 싶었거든요

 

 

열심히 밟아서 20km 남긴 거리까지 갔습니다. 

매 10km 마다 저렇게 다음 도착지까지의 표지판이 있습니다. 

생쌀을 먹으니 배가 금방 꺼지더라구요, 소화가 안돼서 그런지 

칼로리가 안들어왔나봐요

비상식량 가루 스프가 있었지만, 가스불을 사용할 수 없어서 

그냥 가루 스프를 2 봉지 물에 말아먹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노스맨 근처까지 도착했습니다. 

근처 도로 간이휴게소에 Information Center가 있었어요

사람은 없이 지도만 있었습니다.

 

 

지도를 보고 숨이 턱 막혔습니다. 

서호주까지의 널라버의 구간인데, 여태 온 거리와는 비교도 안되는

압도적인 거리에, 아... 포기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장 다음 로드하우스 까지의 거리가 여태까지 온 거리와 비슷했어요

이걸 왜 시작했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숙소에 도착하니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정말 오래된 모텔 건물을 개조하고 있는 숙소였어요 

안에 들어가니 향 냄새가 나고, 탱화가 몇점 있더라구요 

이색적이고 향 냄새를 좋아해 편안한 느낌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도착한 숙소고, 너무 힘들어서 

분에 넘치는 사치를 부리기로 했습니다. 

 

 

무려 스파가 딸린 객실을... 예약했어요 

뜨거운 목욕이 너무 하고싶었습니다. 샤워로는 채워지지 않을

따뜻함에 대한 욕구불만에 가득 차있었어요 

따로 조리할 공간이 없어서 밥은 화장실에서 지어먹었습니다;;

 

 

그동안 야영하며 발이 너무 시려워서 

수면양말도 샀습니다. 

모텔에 TV가 있고, 영어야 뭐 알아듣긴 하지만

재미는 없어서 별로 보지 않았습니다. 

노스맨에 오면서 이상하게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이곳에서 하루를 더 쉬기로 했어요. 

숙박비가 만만하지 않았지만, 여기서 포기하기는 싫었거든요

 

 

노스맨은 광업과 관광업이 주가 되는 도시에요 

수도가 연결되어있는 동쪽 끝 도시입니다. 

널라버로 가는 전초기지에요, 인구는 2천 정도 된다고 하네요

마을 중앙 로타리에 예쁘게 꽃밭을 조성해 놨더라구요

 

 

호주에 와서 놀랐던 점 중에 하나는

이런 조그마한 도시에도 관광객 안내센터가 있다는 점이에요 

가서 휴대용 널라버 지도를 하나 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곳의 이름이 왜 노스맨인지 나와있는 벽화에요 

이곳을 지나가던 탐험가 아저씨의 말 이름이 노스맨이었는데 

말이 발을 절뚝거리는 것을 보고서 발굽을 보았더니 

왠 금 광석이...? 개이득?

하고서는 이곳에 광산과 도시를 세웠다고 해요 

 

 

두 번째 날에는 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장을 보았습니다. 

반찬이 다 떨어지지 않게 든든하게 사고, 라이터, 가위 등 

필요했던 생필품과 모자, 양말, 그리고 

혹시 불이 되지 않아도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캔 파스타 등과 

널라버에 가면 입도 대지 못할 유제품들을 사서 흥청망청 먹었습니다.

 

 

계란, 통조림 등 잘 상하지 않는 단백질 위주로 사왔어요 

계란은 삶아서 가져갔답니다. 

 

 

그리고 제가 호주에서 먹었던 것 중에 제일 맛있었던

엄마가 한국에서 챙겨주신 깻잎통조림... ㅠㅠ 

스팸이랑 같이 먹으니 밥 2인분이 뚝딱 넘어갔습니다. 

한 10캔 챙겨올걸 그랬어요

노스맨의 남은 하루는 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안하며 충실히 

회복에만 집중했습니다. 

역시 이번에도 분량조절을 실패해서 이전 여행기의 거의 2배 가까이 되는 양을 써버렸네요....

세이브 원고라도 남겨둘걸

다음편 부터는 진짜로 널라버평원 여행기가 시작됩니다!


 

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5편 [7일차/300km]

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4편 [5~6일차/200km] 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3편 [4일차/120km] 이전 글 입니다. 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2편 [3일차/50Km] 뭐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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