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2016년 여름, 군대를 전역하고 첫 학기를 마친 뒤에 갔다온 여행기. 당시 학교 커뮤니티 사이트에만 올렸었는데, 해당 지역이 여행 정보가 풍부한 곳이 아니어서 외부 사이트에도 올리려고 했었는데 늑장을 피우다가 거의 6년만에 연휴를 틈타 블로그에 다시 이전해 업로드. 혹시 이 지역 자전거 여행을 계획중인 분이 계시다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학교 커뮤니티 사이트 개편이 되면서 글이 조금 엉망이 되기도 했다. 당시 썼던 글씨체가 좀 오글거리기도 하고 사진 화질이 아주 구리지만, 이것도 다 추억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여행기는 처음 작성해 보기는 하는데

이번 여름방학, 호주에서 자전거를 타고 약 3주정도 여행을 하고 왔어요

반은 자랑 겸, 좋은 경험을 나눠보고 싶어서 여행기를 써보게 되었습니다.

저보다 더 대단한 여행자분들도 정말 많으시고, 읽으시는 분들 중에서도 계시겠지만

여행기는 자전거 여행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을 대상으로 작성했습니다.

여행기는 약 8편정도로, 한 편당 1~3일정도 분량을 다루게 될 것 같아요 

처음 작성하는 여행기라 분량조절이 쉽지 않네요 




제가 자전거를 타고 갔다온 지역은

남호주와 서호주 사이의 널라버(Nullarbor)평원 이라는 곳 입니다.

널라버라는 이름은 가끔 호주 원주민의 언어에서 왔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나무가 없다는 뜻의 라틴어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정말 나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나무가 없는 구간은 몇 십 키로미터 정도로 그렇게 넓지 않고

널라버에도 나무는 많습니다.



하지만 1200Km의 구간 동안 11곳의 휴게소 직원을 제외하고는 사람이 거주하지 않으며

물 공급이 매우 제한적이고, 지평선까지 펼쳐진 끝없는 도로와 평원이 전부인 황량한 지역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호주에서 오프로드를 제외하고는 가장 난이도 있는 자전거 코스 중 하나로 꼽힙니다.



제가 자전거를 타고 간 구간은 지도에 표시된 에스페란스(Esperance) 에서

시두나(Ceduna) 까지입니다. 널라버 평원 1200Km와 널라버까지 가기 위한 200Km의 여정이죠


해외로 자전거 여행을 떠날 때 

자전거를 현지에서 구매하는 방법도 있고, 한국에서 가져가는 방법도 있는데

저는 한국에서 자전거를 사고 호주에 비행기로 싣고가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해외에서 사면 자전거 운송비는 아낄 수 있어도, 새로 산 자전거는 익숙하지도 않고 

짐받이나 손잡이 개조라던가... 저에게 맞추는데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이미 한국에서 여행을 하며 익숙해진 자전거를 가져갔어요 



자전거를 가지고 꼭 해외를 나가는게 아니더라도, 저전거 여행을 하려고 한다면

외딴곳에서 크고 작은 고장이 생길 수 있으니

자전거를 간단히 정비할 수 있는 기술은 있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자전거 분해 포장은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죠



물론.... 정말 너무 귀찮습니다....

몇번을 해도 자전거를 분해하고 포장하는건 너무나도 귀찮은 일입니다.

집에서 기름때와 먼지가 떨어진다고 받는 구박은 덤입니다. ㅎㅎ

또 여행을 하면서 사용하게 될 각종 장비들을 챙겨가게 되는데

자전거여행은 짐을 무책임하게 많이 가져갈 수가 없습니다.

가져가는 짐은 모두 제가 1400Km 동안 고스란히 짊어지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짐만을 가져갑니다.

팬티를 3장을 챙겨갈 것인가, 4장을 챙겨갈 것인가와 같은 문제로 한참을 고민하곤 했습니다.



제가 가져간 물건들입니다.

빈약한 다리근육이 걱정되어 짐은 정말 최소한만 챙겨갔습니다.

잠잘때 쓸 침낭, 텐트, 매트
자전거 상의 두벌, 하의 한벌
평상복/잠옷 겸용 바지와 상의 한세트, 내복 (호주는 겨울이었어요)
세면도구, 상비약, 식기도구 등

정말 기본적인 물건만을 가져갔습니다.
(팬티는 결국 5장이나 가져가는 사치를 부렸습니다.)

아, 자세히 보시면 포켓몬 인형도 있습니다. 캠핑할때 밤에 무서울까봐 챙겼어요

자전거는 승용차 뒷좌석에 거의 딱 맞게 들어갑니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 방법도 있지만

한번 해봤는데 정말 너무 힘듭니다. 가능은 해요

왠만해서는 부모님에게 졸라 차를 얻어타시는게 편합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자전거와 수하물을 다 부치고

비행기는 저렴한 에어아시아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자전거에 대한 수하물 추가요금은 10만원정도를 더 받는데, 총액이 40만원정도입니다.

저가항공인지라 가격 말고는 기내에서 대단한걸 기대할 수 없어서

12시간정도 기내에서 멍때리고 있었습니다.

멍때리는건 군대에서 1년 9개월간 열심히 연습하고 온지라 크게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비행기에서도 이빨은 꼬박꼬박 닦아줘야 합니다.

이빨을 닦으면 여러가지 장점이 있는데 우선 치아건강에 도움이 되고

이빨을 닦을때마다 짐의 무게가 줄어드는 놀라운 효과도 있으니 이빨은 꼬박꼬박 닦아줍니다.



그렇게 쿠알라룸푸르에서 호주 퍼스까지 비행기를 타고 도착을 했습니다.

테이프를 열심히 떡칠하고, 안되는 영어로 제발 조심해달라고 박스에 써놓았지만

박스는 걸레짝이 되어서 내리고 말았습니다.

어디 한군데 작살나서 바로 한국으로 돌아가야하나 하는 걱정이 들었어요

저는 수강신청 전 까지 한국에 돌아가겠다는 굳은 결심을 세웠기에

퍼스부터 바로 자전거를 타지 않고 널라버 근처의 해안도시인

에스페란스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비행기에서 하루를 보내 찝찝해서 공항 샤워실에 씻으러 들어갔더니

누군가 샤워하고 바지와 수건을 바닥에 버려두고 갔습니다.

도대체 무슨이유인지 짐작은 가진 않았지만 발수건이 생겨서 기분은 좋았습니다.



샤워를 하다 늦장을 부린 나머지 버스터미널까지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정신없이 뛰어와서 택시기사님의 도움을 받아 자전거를 버스에 겨우 실었네요

택시기사님은 후덕하신 에티오피아 출신 기사님이셨는데

공항에서 오며 에티오피아의 유명한 인물인 하일레 셀라시에 대통령과

6.25때 참전한 에티오피아 군인들에 대해서 얘기하고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식민지배를 받지 않았던 독립국가지 않느냐고 말씀을 드리니 정말 좋아하셨습니다.

물론, 이 내용은 거의 문명 게임을 하면서 배운 내용입니다.



기사님에게는 차마 게임에서 배운거라고는 말씀을 못드리고

세계사 강의에서 배웠다는 거짓부렁을 늘어놓고 나왔습니다 ㅠㅠ



에스페란스까지 버스는 약 10시간 정도를 타야 합니다.

가는 도중에 내려서 버스 사진을 찍어보았어요

벌써부터 화성처럼 황량해 보이는게 모험심이 자극됩니다.



호주는 인구밀도가 정말 낮아서 대도시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텅 비어 보입니다. 정말 한산해요

에스페란스에는 그날 저녁 6시가 다 되어 해가 지고나서야 도착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여름이라 7시까지도 밝았는데, 호주에 오니 5시부터 해가 지기 시작하는게

제일 적응이 안됬어요. 해가 짧으면 하루에 달릴 수있는 거리도 제한되어있는데

그 생각도 미쳐 하지 못했구요

버스에서 옆자리에 앉아계시는 할아버지와 말씀을 나눴는데

자전거를 타고 널라버를 건널 계획이라더니 미친놈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자전거는 버스 짐칸에 실려있고, 숙소까지 자전거를 들고간다고 하니

마중나오는 친구에게 트럭을 가지고 오라고 전화를 하시고는

숙소까지 박스를 실어다 날라 주신다는 호의를 베풀어주셨습니다.



안그래도 박스가 찢어져서 들고가기가 벅찼는데, 숙소까지는 덕분에 정말 편하게 이동했습니다.

영어권 국가에서는 서로 초면이여도 간단한 인사를 하고 통성명을 하는것 같은데

처음에는 그런 문화가 정말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의 이름을 신나게 외우는건

새내기때 오티랑 새터에서만 하는줄 알았죠.

당시 도와주신 할아버지의 성함을 들었지만, 한국에 와서는 까먹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멋진 수염과 귀걸이를 하고, 선글라스를 끼고 계시는 패션왕 할아버지셨는데

익숙하지 않았던 탓일까요, 은인의 이름을 잊어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필리핀에 여자친구가 있어서 자주 필리핀에 놀러간다고 하셨던게 인상적이어서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숙소에는 도착하자마자 무책임하게 짐을 다 풀어제꼈습니다.

파이리도 긴 이동시간에 지칠대로 지친 모양이네요

당장 내일 여정이 시작이기 때문에 밤에 도착했더라고 자전거는 조립하고 봐야 합니다.

우선 박스 안에서 난장판이 된 자전거를 꺼냅니다. 



핸들을 먼저 조립해줍니다. 



그리고 안장을 조립해 줍니다. 



비행기 배송 중 충격으로 뒷 변속기가 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 부분이 혹시나 고장나지 않았나 큰 걱정을 했었는데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네요

작으면 변속불량이지만 많이 휘면 큰 사고가 생길 수 있으니 한번 꼭 점검해야 합니다. 



페달을 조립해 줍니다.



앞바퀴를 조립해주면, 이제 자전거를 탈 수는 있는 상태가 됩니다.



분리시켜놨던 브레이크를 다시 연결시켜줍니다. 

이제 자전거를 타고, 앞 브레이크까지 쓸 수 있어 더욱 안전해졌습니다. 



이제 타이어에 바람을 넣어야 합니다.

바람을 자전거 타이어에 정격 기압만큼 넣고 비행기를 타면

바퀴가 펑 터질수가 있기 때문에 바람을 어느정도 빼고 비행기에 싣습니다.

하지만 튼튼하고 용량이 큰 플로어펌프는 제가 가져왔을리가 없습니다.



휴대용 미니펌프로 애처롭게 바람을 넣어줍니다.

자전거 조립을 이렇게 끝내고, 그동안 구경도 못한 야채를 먹기 위해

근처 서브웨이에 가서 야채를 듬뿍 넣은 게살 샌드위치를 주문해 먹었습니다.

꼬박 하루하고도 반이 지나서야 여행을 출발할 준비가 다 되었네요

여행의 2일차 까지는 이렇게 이동으로 꽉 채워진 일정이었습니다.

다음편에서는 에스페란스에서 널라버 평원 전 마지막 도시인

노스맨까지 가는 여정으로, 본격적으로 자전거 여행기가 시작됩니다!

 


 

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기 - 2편 [3일차/50Km]

뭐 하는 글인지는 첫 번째 글을 참조해주세요 ㅎㅎ. 지금 보니 사진 화질은 정말 아쉽네요, 개인적으로 원본 영상들은 가지고 있지만.... 호주 널라버 평원 1400km 자전거 여행: 01편 2016년 여름, 군

hunter-trader.tistory.com

 

728x90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