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서 외국계 증권사에서 수소 경제에 주목한다는 기사를 여기저기 다루면서 이슈를 만들길래, 보고서를 구해서 읽어봤다...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보고서인데, 아래 같은 기사들이 나온다.
www.hankyung.com/finance/article/2020092944311
www.fnnews.com/news/202010010013581007
보고서를 읽으면서 든 생각은, 수소는 아직도 너무 많이 남았다는 것, 그리고 중요한건 수소가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라는 점. 수소경제의 핵심은 수소를 친환경적으로, 저렴하게 대량생산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수전해를 사용한 방식이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수전해로 생산하는 수소에서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는 것은 전기. 골드만삭스에서 추정한 수전해 수소 생산 비용의 약 65%가 전력 비용. 이 전기를 화석연료가 아니라 신재생에너지로 저렴하게 생산하는 것이 수소경제의 가장 큰 관건이다. 수소경제와 관련된 다른 논의는 수전해 방식을 통해 수소를 대량 생산하고 나서야 가능하다.
수소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은 수소를 저렴하게 대량 생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가 아주 저렴하게 많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어야 한다. 즉 아직 신재생 에너지 투자도 한참 남았는데 벌써 수소 이야기 하는건 너무 앞서나간다는 생각...
그 다음 걸림돌은 수소를 보관하고 압축, 운송할 효율적인 기술과 설비. 수소가 무게 기준으로는 다른 에너지원 대비 질량당 에너지는 굉장히 높다.
근데 이건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의 문제이고, 수소의 가장 큰 한계는 무게에 따른 에너지가 많은 만큼, 상온 상압에서 수소의 밀도가 매우 낮다는 점. 밀도가 너무 낮아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려면 높은 압력으로 압축하거나 온도를 낮춰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에너지가 소실된다.
수소를 압축하는 과정에서만 수소가 보관한 에너지의 약 11%가량이 소실되고, 냉각하는 경우 이 수준은 더욱 낮아진다. 또한 신재생에너지에서로 만든 전기를 다시 수전해에 사용하고, 이 수소를 다시 연료전지에서 전기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또 상당한 양의 에너지가 소실된다.
즉, 전기를 연결해 쓸 수 있는 경우에, 굳이 수소를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신재생에너지가 중요하지 수소가 중요한게 아닌 것 같았다. 수소를 꼭 써야 하는 경우는 (1) 대량 에너지의 장기간 안정적인 저장 (2) 전력을 연결할 수 없는 상업적 운송수단 (배, 기차, 비행기 등) (3) 직접적인 열원이 필요할 때 (난방, 제철소 등) (4) 암모니아와 석유화학 공정에서 직접 수소가 화학적으로 필요한 경우. 뱅크오브 아메리카 보고서의 핵심 논지도 전기를 쓸 수 있는 곳에는 전기를 써야 하지만, 전기를 쓸 수 없는 곳에 수소를 쓰게 된다는 것.
www.youtube.com/watch?v=f7MzFfuNOtY
특히나 최근 테슬라의 배터리데이를 보면서, 승용차에서 수소는 거의 쓰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수소가 저렴해지겠지만 그건 신재생에너지가 저렴해지는 이유 때문이며, 그럼 전기차에 들어가는 전기도 저렴해진다. 수소가 충분히 저렴해지는 시점에는 자동차 배터리의 효율성은 더욱 올라갈 것이다.
개인적인 투자 순서는 신재생에너지 > 수전해 기술/설비 > 수소 저장/보관/운송 > 수소차 등 활용처가 될 것 같다. 신재생에너지가 충분히 확충되고 난다면 수전해 설비에도 막대한 투자 비용이 들어갈 것이다. 아주 많은 경우 수전해를 통해 수소를 생산하게 될 테니까.
이렇게 생산된 수소의 많은 양은 도시가스와도 혼입되어서 사용될 것이다. 실제로도 그렇게 사용하고 있고. 수소의 수송은 파이프라인을 통하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고 한다. 수소는 천연가스보다 밀도가 3.8배 낮지만 파이프라인 내 이동 속도가 3배가량 빠르다. 그러나 천연가스보다 분자 크기가 작기 때문에, 기존 파이프라인을 100%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을 것.
그 외 토막글...
(1) 현재 상업적으로 생산되는 수소의 대부분 (60% 가량)은 암모니아 합성에 쓰이며, 이 수소들은 각 업장에서 SMR 방식을 이용해서 자체 생산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곳이 석유 정제과정 (약 30%). 여기서도 SMR방식이 대부분.
(2) 수소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다른 화합물로 사용하는 방면에서 큰 발전이 있을 수도 있다. 수소만으로는 그 밀도가 낮지만 수소가 탄소나 다른 원소와 반복적으로 결합하면 에너지 밀도나 보관성이 상온에서도 크게 올라가는데, 그게 화석연료이고 휘발유.... 암모니아.....
(3) CCS의 발전에도 주목해야 할 것 같다. GS와 BofA의 전망을 본다면 양측 모두 2050년에 화석연료 사용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화석연료는 진짜 좋은 연료가 맞고 너무나도 저렴하다.... 이런 화석연료를 쓰고서도 문제를 줄이려면 CCS의 역할도 클 것.
(4) 수소의 부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은 결국 경유. 수소는 주로 상업용 차량을 대체하게 될 것이기 때문... 인데, 휘발유가 안전한 것 같지는 않다. 수소가 상업용 차량을 대체할 즈음이면 전기차가 이미 길가에 널렸을 것.
(5) BofA 보고서를 본다면 열원으로서 철강 제조 등 과정에서 석탄을 사용하지 않고 수소를 사용하는 방식 등을 언급하는데... 선진국에서 이렇게 하면 무슨 경쟁력이 있나 싶다. 결국 석탄 쓸 수 있는 개도국으로 수요가 다 옮겨갈 것. 신재생이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은 경제성이 있는 영역일 뿐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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